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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드리는 편지]경남도지사 김태호·홍준표에 대한 기억

입력 : 2018-07-03 16:28:45 화     노출 : 2018-07-03 16:30:00 화
김주완 편집책임 wan@idomin.com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경남도지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김경수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를 직접 겨냥한 비판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자유한국당을 가리켜 한 말이라고는 "경남을 과거 세력에게 맡길 것이냐, 미래 세력에게 맡길 것이냐"는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오히려 김태호 후보에 대한 격한 비판은 민주당 허성무 창원시장 후보(당선)로부터 나왔는데요. 마침 제가 그 유세현장에 있었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공교롭게도 김태호-허성무 후보의 유세가 같은 장소, 같은 시간으로 겹쳤습니다. 각 후보는 마산 어시장 앞 도로에서 약 5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유세를 펼쳤는데요. 바로 그 자리에서 허성무 후보는 김태호 후보가 들으라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민 여러분! 13년 전 마산에 준혁신도시가 올 거라고 사기 쳤던 사람이 저 옆에 있습니다. 준혁신도시가 온다고 사기 치다가 안 되니까 행정복합타운이 들어온다고 또 사기 쳤습니다."

그는 김태호 후보 유세차량 쪽을 슬쩍 노려본 후 이렇게 외쳤습니다.

"오늘 유세가 겹쳤습니다. 저 옆에 모 당의 도지사 후보가 와 있는데요. 저분이 준혁신도시가 마산에 온다고 사기 쳤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여러분! 이번에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마산이 어디라고!"

분노에 찬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로 보도됐고,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상을 보았습니다.

굳이 선거도 끝난 마당에 이 얘기를 하는 까닭은 이번 기회에 '시민의 이기심을 교묘히 자극하여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정치인의 행태를 되짚어보고 싶어서입니다.

허성무 당선인의 말처럼 2006년 김태호 경남도지사의 '준혁신도시'는 결과적으로 '사기'였습니다. 앞서 2004년부터 이미 도지사였던 김태호는 당시 노무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각 시·도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자 나름 꾀를 냈습니다.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미 확정된 '진주 혁신도시' 외에 '마산 준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마산시민들을 현혹한 것입니다. 당시 마산시민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열광적으로 이를 지지했고, 온갖 기관·단체들이 나서 1년이 넘게 시위며 농성이며 서울 원정 데모를 하고 다녔습니다.

결국은 공수표가 되었는데요. 당시에도 제가 칼럼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김태호 지사는 안 될 줄 알면서도 거짓말로 시민을 현혹하고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왜냐면 실패하더라도 노무현 정부가 끝내 경남도지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책임을 돌리면 되는 일이니까요. 복합행정타운 역시 정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죠.

이와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김태호 지사는 2005년 부산신항 명칭 문제로 경남도민을 자극하여 톡톡히 정치적 이득을 챙긴 바 있습니다. 신항 명칭에 '진해'가 들어가지 않으면 마치 경남이 엄청난 경제적 손해를 입을 것처럼 선동하여 온갖 단체가 들고 일어서게 한 거죠. 그러나 제가 취재를 해보니 신항 명칭은 취·등록세나 컨테이너세 등 세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제가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남이 입을 손실이 구체적으로 뭐냐고 물었지만, 김태호 지사나 경남도청 관계자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답변을 할 수가 없었겠죠.

그러면서 그해 12월 23일 엄동설한에 관변단체를 통해 3만 명의 도민을 마산종합운동장에 모아놓고 '신항 명칭 무효 경남도민 총궐기대회'라는 관제 집회를 열었죠. 이 집회에선 '참여정부', '문재인', '오거돈'이란 이름의 허수아비를 태워놓고 화형식까지 했습니다. 앞서 4월 27일에도 진해에서 1만 3000명을 동원해 관제 집회를 하는 등 법석을 떨었죠. 저는 이 또한 이듬해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였다고 봅니다.

저는 또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쇄와 무상급식 중단을 밀어붙인 것도 보수의 대표 아이콘으로 뜨기 위한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홍 전 지사는 또 도지사 선거 때 느닷없이 경남도청을 마산으로 이전하겠다는 폭탄 같은 공약을 내놨다가 당선되자 입을 싹 닦아버리기도 했죠.

제가 이런 일들을 복기하는 것은 앞으로 다시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부추겨 지역간, 진영간 갈등을 조장하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그런 정치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서입니다. 아울러 우리 언론도 그런 정치인의 목소리를 확성기처럼 전달만 할 게 아니라 그 의도를 분석해 독자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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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해 염태영 수원시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재선되셨더군요. 그분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시민)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도시가 할 일"이라더군요. 경남에서도 "어디에 무엇을 유치하겠다, 어디를 어떻게 개발하겠다"가 아니라 "시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시장·군수, 도지사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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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 김주완 기자
  •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이사/출판미디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월간 <피플파워> 간행과 각종 출판사업,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 업무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