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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서평 <반짝이는 별에 기대어>

시험 경쟁 답답했던 저자, 교육 봉사활동 여정 택해
에티오피아서 2년여 생활, 선명한 환경·따뜻한 이웃
그때 그 경험, 삶의 원동력

2018년 07월 12일(목)
시민기자 황원식 webmaster@idomin.com

4월 벚꽃이 활짝 핀 진해를 친구와 걷고 있었다. 오래 걸어 지칠 때쯤 분위기 좋은 카페를 발견했다. 쉬어갈 겸 그곳에서 친구와 나는 책을 보았다. 사장님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해줬다. 잠깐 읽어보니 여행 에세이 같았다. 책에는 아프리카 배경의 사진이 풍부했다. '소록소록 추억이 내리는 밤'이라든지, '나른한 햇살이 비처럼 뿌려진다'와 같은 예쁜 표현들도 많았다. 나도 이렇게 예쁜 글을 쓰고 싶었다. 그 이유 하나로 책을 구입했다.

자세히 보니 한 미대생이 에티오피아에 교육 봉사활동을 간 후기를 적은 책이었다. 사장님이 잠시 뒤에 이 책을 쓴 작가가 여기로 올 것이라고 했다. 얼마 후 정말 작가가 카페로 왔다. 2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이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가서 작가를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별을 좋아한다던 그녀는 내 책에 '당신은 언제나 누군가의 별입니다'란 문구의 사인을 해주었다. 짧았지만 신선한 만남이었다.

그녀는 큰 꿈을 가지고 미대에 진학했지만 좁은 작업실에서 시험 준비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경쟁이 매일 반복되었으며 미래도 불확실했다. 남들을 따라가기에만 바빴다.

박정은 지음

그녀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해외봉사단원 모집을 보게 되고 홀린 듯 그 여정에 이끌리게 된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대륙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설렘이 컸다고 한다. 그녀의 용기가 놀라웠다. 어쩌면 나는 이 좁은 사회 안에서 불평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에티오피아에 대해 다시 알게 됐다. 나는 아프리카 하면, 난민 이미지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은 시끌벅적한 시장도 있고, 카페도 있는, 그냥 사람 사는 곳이었다. 사진에 비친 에티오피아의 모습은 나의 어린 시절 작은 마을을 보는 것 같았다. 에티오피아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더 잘살았던 나라라고 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를 도와주었던 참전국이었단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에티오피아의 첫 느낌은 선명함이었다. 햇살도, 공기도, 별까지도 깨끗했다.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에 살다 보니 아프리카의 그 청량함이 부러웠다. 또 그곳엔 건강한 음식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비싼 애플망고, 아보카도, 파파야, 구아바 같은 과일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다. 작가는 엄청난 식욕으로 이곳 음식을 먹었음에도, 살이 10킬로 빠지고 몸은 더 건강해졌다고 한다. 시력은 더 좋아졌으며 피는 점점 맑아졌다. 아토피도 사라졌다고 한다.

물론 에티오피아에 살면 불편한 점도 많다. 전기가 정기적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밤마다 촛불이 필요했다. 단전이 될 때는 밤에 잠자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었다고 했다. 단수가 되면 길게는 2주일까지 물이 나오지 않았다. 뙤약볕에 땀이 많이 흘러도 제대로 씻지 못한다. 비상 물을 다 쓰면 물이 나오는 이웃집에 가서 신세를 져야 한다고 했다. 벼룩, 모기, 바퀴벌레도 많았다.

작가는 어두운 거리에서 두 번 강도를 만났다. 첫 번째 강도를 만났을 때 얼굴을 가격 당했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에티오피아에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 트라우마가 생겨서 집 밖으로 잘 나오지 못했으며,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고 집에서 혼자 지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작가는 두 번째 강도를 만났다. 그는 칼로 그녀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무서운 상황에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 다음날도 아무렇지도 않게 외출을 하였다. 에티오피아에서 2년 넘게 살았다는 자긍심도 있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녀는 여러 면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그녀가 부러웠다. 나는 많은 시련에도 더 단단해졌을까? 그녀처럼 자신 있게 내가 더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2년 6개월을 버틸 수 있었을까? 그것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따뜻함과 학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곳엔 나쁜 사람들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도 있었다. 작가가 강도를 만난 뒤에도 그녀를 꼭 안아주며 쉴 새 없이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작가가 혼자서 집에 있을 때에도 계속 전화를 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말해준 사람도 있었다. 사람으로 얻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나와 만났을 당시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얻은 경험으로 사람들에게 강연도 하고, 에티오피아 사진전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던 그녀는 지금도 세계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 같다. /시민기자 황원식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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