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부터 국내선 공식 인정
3이닝 이상 투구 후 팀 승리 등
요건 까다로워 취소 해프닝도

선발승이 선발 투수의 능력을 판단하는 한 기준이라면 불펜, 특히 마무리 투수에게는 '세이브'가 있다.

구원 투수 목표이기도 한 세이브는 팀 리드를 지켜야 하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안타 하나를 맞더라도 묵묵히 다시 제 할 일을 다하는 담대함을 발휘하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훈장이다.

150여 년이 된 야구 역사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969년, 일본은 1974년, 한국은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년부터 세이브를 공식적으로 기록했다.

야구 규칙에 따르면 세이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모두 이룩했을 때만 준다. 기본은 △자기편 팀이 승리를 얻은 경기를 마무리한 투수 △승리 투수 기록을 얻지 못한 투수라는 조건이다. 여기에 다음 세 가지 항목 중 어느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자기편 팀이 3점 이하의 리드를 하고 있을 때 출장하여 최저 1회 투구하였을 때다. 이 조건 핵심은 '주자가 없는 상황', '3점 차 리드', '최저 1회 이상' 투구다. 혹 주자가 있고 3점 차 리드 때 등판하였다면 최저 투구 횟수는 3이닝 이상으로 바뀐다.

두 번째는 누상의 주자나 상대하는 타자 또는 그다음 타자가 득점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출장하였을 때다. 첫 번째 항목보다 더 긴박한 상황일 때 적용되는 세이브 규칙인 셈이다. 이때는 정해진 투구 횟수가 없다. 최저 0.1이닝만 투구해도 그 투수에게는 세이브 기록을 준다.

세 번째는 최저 3이닝 이상 효과적으로 투구하였을 때다. 자기편 팀이 4점 이상 리드를 하고 있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등판, 최저 3이닝 이상 투구한다면 해당 투수에게는 세이브를 준다. 단, 이때 3이닝 이상 투구했지만 많은 실점을 하는 등 비효과적인 투구를 했다고 기록원이 판단한다면 그 투수에게는 세이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2006년 6월 24일 메이저리그 LA다저스 소속으로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 보인 서재응의 투구가 한 예다. 당시 서재응은 팀이 7-0으로 앞선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남은 4이닝 동안 4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10-4 대승을 마무리 지었다. 경기 종료 후 당연히 서재응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초의 세이브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음 날 서재응 세이브는 돌연 취소됐다. 이유는 이랬다. '서재응이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는 조건은 갖췄지만 구원투수로서 4이닝 4실점한 것은 효과적인 투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 결정을 두고 '비효과적인 투구'를 과잉적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서재응이 실점을 하긴 했지만 경기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비효과적 투구'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투구횟수 3이닝을 기준으로 5실점 정도까지는 세이브 적용에서 비효과적 투구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일반적 적용 사례와도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처럼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까다로운 세이브는 한 경기 1명의 구원투수에게만 준다. 무언가를 지키고 구원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한 달까. 물론 그 어려움 때문에 세이브가 더 빛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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