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수 지음
병마와 싸우며 잡은 붓, 삶의 깊이를 덧칠하다

마산에서 활동하는 임채수(63) 시인이 새 시집 <마산항 스케치>를 냈다. <마산항 스케치>가 그냥 시집 제목인 줄로만 생각하고, 시집을 펼치니 놀랍게도 시인이 그린 마산항 스케치가 부록으로 실려 있다. 시와 그림들이 품은 의미가 눈물겹다. 지난해 시인은 큰 병을 앓았다. 치료를 위해 그가 선택한 일이 그림, 독서, 글쓰기다.

"졸지에 난치병으로 생사를 넘나들다 보니 파지 같은 인생이다. 지구의 쓰레기로 버려진다면 허무하다. 나이 들어 아픔으로 집과 뒷산을 굼벵이처럼 오가며 사는 것도 구질하다. 내일 죽음이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즐기며 삶의 공간을 아름다운 무늬로 색칠하고 싶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마치 투병기 같은 시집이다. 그는 그림으로 마산항을 그리고, 시로는 생활을 그렸다. 그에게 예술이 약이었던 셈이다. 병이 깊어진 만큼 삶도 깊어졌다.

"보다 높은 영혼의 예술이 있어/하늘에 올라 별자리가 될까마는/한 마리 바이러스에도 무력한/병의 고통 안고 우주에 던져진다//벌레 한 마리 거미줄에 매달려/붕붕 우주에 떠 있다"- '인간' 중에서

결국, 시인에게 기적이란 병의 극복이기도 하겠지만, 병으로 말미암아 얻게 된 '인간으로서의 겸손'이기도 하다. 그가 그림을 통해 새삼 발견한 삶의 열정처럼 잔잔하지만, 묵직한 느낌의 시집이다.

창연출판사 펴냄, 120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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