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렬 지음
동화작가 권정생 전기 다뤄
기억 의존한 주인공 이야기
꼼꼼한 사료 검증으로 보충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담아

한 달 전에 이충렬 작가를 만났다. 오래전부터 계획한 작가 초대였는데, 마침 대구미술관에서 '간송 특별전 조선회화명품전'이 있어 대구 미술관에서 먼저 만났다. 새 책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강연을 위한 만남이지만 하늘이 주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충렬 작가는 우리 문화를 지킨 간송의 일대기를 담은 책 <간송 전형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충렬 작가와 함께하는 간송 전시는 특급 도슨트가 따로 없었다.

이충렬은 전기작가다.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수화 김환기, 김수환 추기경, 국제법 학자 백충현, 그리고 동화작가 권정생까지. 인생을 의미 있게 살다간 인물들 전기를 꾸준히 내는 전기작가다. 자료를 수집하고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살을 붙이고 덜 중요한 부분은 덜고. 마냥 위대하다고 인물을 칭송하는 위인전과는 다른 글이 전기다.

동화작가 권정생은 안데르센이나 그림 형제 같은 외국 작가 일색이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시대에 작가와 가족과 이웃을 소재로 한 우리 창작동화를 쓴 인물이다. 가난해도, 아름답지 않아도, 몸이 불편해도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될 수 있다. 실제 삶이 그렇지 않은데 아름다운 이야기만 들려주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던 분이다.

권정생은 평생 아팠고, 오랜 시간 배고팠고 외로웠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것을 원치 않았다. 모든 생명 있는 것을 함부로 하지 않았고 이야기를 꾸며서 하지 않는 사람이다. 새마을 운동으로 잘릴 뻔한 대추나무를 부둥켜 안고 울었고 집에 사는 생쥐를 위해 씨옥수수를 매달아 두고, 새로 이사간 흙집 마당의 잡초조차 베지 못하게 했다.

2006년 〈랑랑별 때때롱〉을 집필할 때의 권정생 선생 모습.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 곁에서 함께 가난해지는 것뿐"이라고.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꼼꼼함에 놀란다. 저자 이충렬은 전기작가에 더해 역사학자와 고고학자의 몫을 해낸다. 과거의 일을 기억에 의존하는 주인공을 대신해 사료를 찾아 더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권정생에 관한 이전 어느 책에서도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발굴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p192. '1980년·······4월 1일, 권정생은 1946년 일본에서 귀국할 때 헤어진 큰형과 34년 만에 다시 만났다'라고 책 본문에 적고 아래에 각주를 달았다.

'권정생은 큰형을 만난 것이 1982년이라고 기억했지만 이오덕은 1980년 7월 17일 일기에 권정생이 얼마 전 모국방문단으로 온 큰형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기록했으며 이는 당시 언론보도와도 일치한다. 이오덕, 〈이오덕 일기 2〉, 양철북, 2013, 192쪽'

권정생은 <강아지똥>, <몽실언니>, <점득이네>, <엄마 까투리>, <꼬부랑 할머니>, <랑랑별 때때롱>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이 있다. 어릴 때 읽은 책도 있을 것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읽은 책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 많은 동화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살펴보고 권정생 선생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산처럼 펴냄, 336쪽, 1만 5800원.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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