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야 지음
존재 그대로를 바라보는 애잔한 시선
소박한 것에 대한 관찰 노래

류미야 시인을 처음 본 건 지난달 중순 우포늪에서 열린 우포시조문학제에서다. 시조시인인 그는 '현대시조와 생태환경'이란 학술세미나 토론자였다. 가만히 내리깔린 눈, 야무진 입 모양에서 만만치 않은 삶의 이력이 엿보였다. 그가 최근 낸 시집 <눈먼 말의 해변>(솔출판사, 2018년 6월)을 보내왔다.

시를 읽으면서 우포늪에서 본 시인의 내리깔린 눈이 다시 떠올랐다. 그의 시는 그렇게 가만히 내리깐 눈으로 바라본 것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의기양양하거나 높이 있는 것이 아니고, 화려하게 빛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 있는, 소박하지만 있는 그대로 존재 가치를 빛내는 사물이거나 장소다.

"볕 든 지하도 입구// 한 사내 곁을 내주자// 다리 하나 비둘기/비칠, 걸어 들어간다//겨울날 나누어 덮은/햇살빛/모포 한 장"- '어떤 동거' 전문

"만약 신이 계셔/세상 살피러 온다면/이런 모습쯤으로 다녀가지 않을까요/모질게 모자라진 것/그 이름마저/품어주는//누구는 발로 차고/낮엔 침도 뱉겠지만/ 세상 끝을 지키는 아름다움/ 모른다면/ 그 어떤 아름다움도 세상/지키지 못할 테죠" - '기리는 노래- 쓰레기통' 전문

시를 읽으며 어둠 속에서 묵묵히 생각에 잠긴 그의 모습도 자꾸 떠올랐다. 아마도 수많은 시가 그의 어둠 속에서 탄생했으리라. 불교적 상상력도 언뜻 보인다. 이는 마음을 다스리려 애쓴 흔적일 테다. 역시나 아픔 많은 삶이었던 듯하다. 그가 지금까지 세상을 잘 견뎌주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애잔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줘서 다행이다.

"이 생에서 나 하나 잘한 일이 있다면/고요한 견딤으로 기다릴 줄 알았단 것/이윽히 나비 날갯짓 바라볼 줄 알았던 것" - '다행한 일' 중에서

진주에서 태어난 류 시인은 지금은 경기도 안산에서 '숙명처럼 시조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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