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촉진·경쟁력 강화 등 정부 차원 대책 마련 시급

"산 넘어 산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전국적인 계란값 폭락으로 양계농가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영남지역 최대 산란계 농장이 밀집한 양산지역 농가 역시 때 이른 무더위와 인건비 상승, 산란일자 표시 의무화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생계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양산지역은 현재 24개 농가에서 100여 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

계란값 폭락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무엇보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소비자 불신이 사라지지 않아 소비량 감소로 엇박자를 보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생산량 증가는 지난해 겨울 최악의 AI(조류인플루엔자)로 전국 산란계의 36%인 2517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상황이 종료되자 한꺼번에 산란계 입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산란계 농장에는 막 계란을 낳기 시작한 어린 닭부터 계란을 잘 낳지 못하는 늙은 닭까지 사육하기 마련인데 AI 탓에 생산능력이 좋은 닭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여기에 살충제 파동으로 늙은 닭을 교체하는 시기도 놓쳐 빈 닭장이 없을 만큼 사육 마릿수가 늘었다.

무더위가 시작하면서 양산지역 양계농가는 축사 내 24시간 선풍기를 돌리면서 온도 낮추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은 선풍기 가동 중인 축사 내부. /이현희 기자

살충제 파동 이후 30개 들이 계란 한판 가격은 1만 원대까지 치솟았지만 7월 현재 4000원대가 무너진 상황이다. 지난 5년 평균 가격이 5000원 후반대라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양계농가에서 느끼는 부담을 짐작할 수 있다.

"사룟값도 나오지 않는다"는 양계농가의 푸념 속에 때 이른 무더위는 자칫 대규모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더 불안하다.

16일 양산 양계작목반에 따르면 벌써 일부 농가에서 무더위로 닭들이 폐사한 농장이 발생했다. 농가에서는 냉풍기와 스프링클러를 동원해 온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달 말까지 비 소식이 없다는 기상청 예보에 막막하기만 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어났지만 기피 업종이라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다. 양산지역 농가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라고 해서 인건비를 적게 줄 수 없는 상황에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계란값은 농가 속만 까맣게 태우고 있다.

소비량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이달 말 시작하는 여름방학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것 역시 부담이다. 가뜩이나 살충제 파동으로 단체급식 물량이 줄었는데 방학으로 이마저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농가의 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살충제 파동으로 정부는 지난해 12월 계란 생산부터 유통까지 안전관리를 강화한 '식품안전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산란일자 표시 의무화'는 농가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내년 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과잉생산으로 현재 농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계란이 제때 소비되지 않는다면 신선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성향상 기존 계란을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

한 양계농가 농장주는 "살충제 파동 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 대부분은 농가에 책임을 미루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농가에서 자율적으로 생산량을 감축하는 것만으로 평년 가격 수준으로 회복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면 정부 차원의 계란 소비 촉진 대책과 생산량 감축에 따른 예산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열악한 농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계란유통센터(GP) 건립 의무화, 계란 등급제 시행 등의 제도적 뒷받침을 거듭 강조했다.

양산시는 양계농 지원 대책 마련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더위를 대비해 농가에 스트레스강화제를 지원하고 있지만 가격 하락 문제는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살충제 성분 검출 정기검사 결과를 지켜본 뒤 양계농·지역단체·기관 등과 소비촉진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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