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보·지역 홀대에 실망
일부 팬 21일 항의집회 예고
구단, 팀 위한 결정 해명
"사인미스 문제로 몇 번 주의"
전 코치 "독단판단 말도 안돼"

NC가 후반기 시작부터 시끄럽다. 올해 전반기 성적 부진·감독 교체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NC가 이번에는 전준호(사진) 1군 작전·주루코치의 2군행으로 말썽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결정에 따른 논란이 구단 내부에 그치지 않고 밖으로 새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팬은 집단행동까지 예고한 가운데 NC가 팬들을 어떻게 수긍시킬지 주목된다.

지난 12일 NC는 전반기 최종전인 홈 KIA전을 마치고 나서 전 코치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전 코치가 2군 유망주 주루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 코치 자리는 송재인 코치가 메울 예정이다. 마산동중-마산고-영남대를 나온 전 코치는 1991년 롯데에 입단하며 프로야구에 데뷔했다. 전 코치는 프로 무대에서 롯데와 현대·우리·히어로즈 등을 거치며 19시즌 동안 KBO리그 역대 최다도루(550개)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2011년 10월 NC 작전·주루코치로 부임한 전 코치는 올해까지 7년간 1군에서 선수단을 이끌었다. 전 코치 지원 속에 NC는 1군 진입 첫해인 2013년부터 5년간 리그 팀 도루 1위(692도루), 도루성공률 1위(75.3%)를 남겼다.

올 시즌 NC 처지에서 코칭스태프 개편은 그리 큰일은 아니다. 앞서 NC는 지난 5월 타선 침체에 타격 코치를 교체하기도 했고 지난달에는 김 전 감독 교체와 맞물려 수석코치 등 1군 코치진을 대거 재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이전 사례와 다르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와 과정 등을 지적하고 있다. NC다이노스 팬 밴드, 나인하트, NC다이노스 갤러리 등 팬 모임은 21일 NC 수뇌부 퇴진을 내걸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팬들은 먼저 소통을 문제 삼았다. 팬들은 "김 전 감독 교체 때에도 늦은 밤 일방적인 통보로 실망감을 안겼다"며 "같은 실수를 왜 반복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팬들은 결정 시기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스윕으로 달성하는 등 한창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직 이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팬들은 "많은 팬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보고 후반기 희망을 높였다"며 "팀이 안정을 찾은 상황에서 1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선수단 신망이 두터운 코치를 2군으로 보내는 건 다시 팀 분위기를 악화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홀대'를 이야기하는 팬도 많다. 롯데 선수로 활약하고 지역 구단 코치로 부임해 많은 성과를 쌓은 전 코치는 NC 선수단 내에 손꼽히는 지역 출신 스타다. 일부 팬은 새 감독 후보 중 하나로 전 코치를 거론하기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팬은 "지역에 감독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NC 의중이 드러난 보직이동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NC가 지역 정서와는 동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과 지적에 NC는 '다른 뜻이 없는, 팀을 위한 결정'이라고 못을 박았다.

NC 관계자는 먼저 통보 시기와 관련해 "통보 전날 전 코치를 만나 2군행 결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NC는 팀워크 강화 명목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NC에서는 주루사와 감독-코치 간 사인 미스 등을 둘러싸고 전 코치에 대해 내부 평가가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NC 관계자는 "앞서 전 코치에게 몇 차례 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2군행 결정에 이 부분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NC는 지역 홀대론도 전면 부인했다. NC 관계자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프런트만 보더라도 지역 출신이 점차 늘어나는 등 지역에 온전히 기반을 둔 팀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 학연·지연 등에 얽매이기보단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게 강한 팀을 만드는 바탕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 코치는 NC 결정을 수긍하면서도 일부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 코치는 "감독 사인을 이행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주루 등을 판단했다는 소문이 도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인 미스 등은 말 그대로 실수이자 경기의 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전 코치는 지역 팬들이 차기 감독으로 자신을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스스로 그런 이야기를 만들거나 부추긴 적도 없다"며 "오히려 팬들에게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나 때문에 팀이 시끄러워 송구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NC 해명에도 화난 팬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데 있다. 김경문 전 감독 중도 하차를 두고 한 차례 울분을 삼킨 팬심이 잇단 논란에 폭발한 셈이다.

침묵시위를 준비 중인 팬들은 "팬과 프런트 간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NC 일부 프런트는 팬에게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물러나고 NC가 본 모습을 찾을 때까지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은 이어 "매번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결정과 이에 대한 해명으로 분란을 일으키는 건 진정 누구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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