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폐사 되풀이하나' 노심초사
불볕더위 지속된다는 예보, 수년 전 일어난 피해 떠올려
"대응책이라곤 사료 조절뿐"

"곧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인데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죠."

전국이 폭염으로 펄펄 끓는 가운데 통영과 거제 등 가두리양식장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어민들이 고수온에 우럭, 볼락 등이 폐사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은 18일 통영시 산양읍 중화마을 바닷가.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 6∼7명이 바닷가 쉼터에 모여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1995년부터 20년 넘게 양식업을 하는 이영일(47) 씨는 기자가 말을 건네자 경계심부터 드러냈다. 적조에다 비브리오 패혈증이 발생했을 때, 연일 언론이 자극적인 보도를 해 어민들이 이중삼중의 피해를 봤다며 어민에게 불편한 기사가 나오는 게 아닌지 꺼리는 눈치다.

"보통 수온이 27∼28도를 넘어가면 물고기 폐사가 발생하는데 아직 수온이 22∼23도를 유지해 지금까지는 피해가 없다. 그러나 일기예보를 보니 요즘같은 땡볕더위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 이 상태라면 수온도 급상승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 18일 통영시 산양읍 중화마을에서 양식업을 하는 이영일(47) 씨가 양식장을 돌보고 있다. /하청일 기자

0.5㏊에서 12×12m 가두리 7조를 운영한다는 그는 "안 그래도 올해 농사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고수온으로 물고기가 폐사하면 그야말로 올해 농사는 망친다"며 "딱히 대응책이라곤 물고기들이 잘 버티도록 사료 공급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이 씨의 도움으로 배를 타고 중화마을 앞바다 양식장을 둘러봤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임에도 바쁘게 방어(부시리)에게 사료를 주던 김무상(41) 씨는 "올 더위는 25년 만에 최고"라며 "더위가 더 지속하면 물고기들은 더 죽어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어장에는 고수온 탓인지 수십 마리 방어가 죽어 떠올라 있었다. 그는 "수온이 높아지니 고기들이 병을 많이 앓는다. 닭도 고온에 못견디고 폐사하듯이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건강하지 못한 놈이 먼저 죽은 거다. 올해 더위가 94년도 고수온과 비슷하다"고 걱정했다.

이 마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만호(62) 사장은 "불볕더위가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보다 50% 정도 매출이 줄었다. 더위 때문에 주로 계곡이나 해수욕장을 찾으면서 회를 찾던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 지금 오후 1시 30분인데 지나는 사람이 없질 않나? 단골손님이 있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인근 연명마을에서 만난 박성민(41) 씨도 똑같은 걱정을 했다. 그는 볼락 양식업을 하고 있다. "수온이 29도까지 올라가더라도 밤에 다시 떨어진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29도 이상에서 일주일 정도 고수온이 지속되면 문제다. 참돔처럼 고수온에 강한 어류는 괜찮지만 우럭이나 볼락 같은 고수온에 약한 고기는 대책이 없다."

같은 마을 김영섭(47) 씨는 "몇년 전 고수온 때 500~600g짜리 우럭 5만 마리를 키웠다. 고수온이 왔고 갑자기 몇 마리가 떠오르더니 다음에 10마리가 죽고, 다음날엔 30~40마리가 죽었다. 갈 때마다 400~500마리씩 죽었고, 결국 4만 마리가 죽었다. 결국 남은 고기들도 모두 떠올라 1억 원 정도 손해를 봤다.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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