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무안면 장재기마을 주민, 협의 없는 설계 변경에 반발
도공 "피해 증명되면 보상"

"우리가 소보다 못한 인간이가?" "소 살릴라고 사람 죽이네!"

밀양시 무안면 장재기마을 주민 40여 명이 19일 오전 밀양시청 앞에서 "함양~울산 고속도로 창녕~밀양 간 건설공사(제3공구) 당초 기본설계대로 시행하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주민들은 이날 "소보다 사람이 먼저다. 공청회 없는 공사는 즉각 중단하라"며 아무런 협의 없이 설계(노선)를 변경해 추진하는 공사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도로공사는 원안대로 공사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지난 2009년 12월 기본설계 당시 고속도로 개설 구간에는 붉은 깃대를 곳곳에 설치해 이곳으로 노선이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2월 실시설계에는 장재기마을 쪽으로 100여m 이동됐다"고 주장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하는 창녕~밀양 간 건설공사(제3공구)는 무안면 웅동~중산리 간 길이 6.3㎞다. 지난 2016년 착공했으며 오는 2023년 12월 완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 민원으로 지난달부터 공사가 중지된 상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농지 지장물 편입 최소화(축사 민원 해소 등 포함)와 경제성 확보를 위해 설계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실시설계를 할 때 기본설계에 견줘 300m 이상 변경될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와 추가 공람, 주민설명회를 하게 돼 있지만 300m 미만일 때는 재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밀양시에 따르면 함양~울산 고속도로는 기본설계 후 공청회를 열었고, 실시설계 시 중산 방향에서 장재기마을로 변경됐다. 시는 "(변경된 부분은) 180m 정도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건설 현장과 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민권익위·국토교통부·도로공사 등에도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재기마을 주민들은 소음·진동·분진 등 환경 피해는 물론 땅값 하락, 조망권 등 재산권 침해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소음·피해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공사로 말미암은 피해나 질병의 인과관계가 증명되면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재홍(63) 공사반대대책위원장은 "우리가 보상받으려고 집회를 하는 게 아니다. 말 한마디 없이 설계를 변경한 도로공사의 폭력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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