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 저가 입찰 더 문제…영세업체만 피해 볼 것"
행안부 "사정 이해하나 갇힘 사고 빈발" 10월 시행계획

전국 아파트 승강기 관리(유지·보수)업체들이 행정안전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승강기 안전 관리 강화 차원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데, 업계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영세업체만 피해를 본다"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대구 아파트 엘리베이터 수리기사 사망' 등 승강기 안전사고가 계속 이어지자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자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행안부는 이 가운데 '중대한 사고와 중대한 고장' 범위를 더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중대 사고·고장' 범위를 △출입문이 열린 상태에서 운행한 때 △출입문이 이탈되거나 파손된 사례 △최상층이나 최하층을 지나 계속 운행된 경우 △호출한 층 또는 등록한 층으로 운행되지 않은 고장이 발생한 후 1개월 이내 다시 발생한 때 △운행 중 갑자기 정지하는 고장이 발생하고서 1개월 이내 다시 발생한 사례 등으로 정리했다.

행안부는 이 중 똑같은 내용의 사고가 월 2회 발생 때 사업정지 1개월 혹은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재 실효성을 높이고자 과징금을 상한액 1억 원(기존 1000만 원), 연간 매출액에 따라 차등 적용(기존 1차 위반 때 300만 원, 2차 위반 때 600만 원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승강기 관리업체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 개정이라는 것이다. 언급된 중대 고장 가운데 '최상층이나 최하층을 지나 계속 운행된 경우' 등은 안전시스템상으로는 정상작동 속에 일어나며 매우 잦은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까지 모두 중대 사고로 분류해 강화한 과징금을 부과하면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승강기업체 평균 연 매출액이 20억~30억 원인데, 이 정도 규모 업체가 같은 중대사고를 월 2회 일으키면 영업정지 1개월, 혹은 과징금 1350만 원(1일 과징금 45만 원×30일)을 받게 돼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창원지역 한 업체 관계자는 "안전관리 강화라는 법 개정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방법 자체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추진 안대로 되면 영세업체들은 다 죽고, 대기업 중심 몇몇 업체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대부분 영세한 업체지만 나름 법 테두리 내에서 안전점검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인 이른바 '1원(비상식적인 저가) 투찰 업체'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1원 투찰'은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들이 아파트 입찰 때 '대당 1원'을 써내 일을 따내는 식이다. 이들 업체는 승강기 관리비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연관 부품 교체 등에서 별도 이윤을 남긴다. 행정당국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 방법이 없어 계속 성행해 왔다. <경남도민일보>는 관련 보도(2016년 7월 5일 자 1면 보도)를 하며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이후 1년도 안 돼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해 6월 창원 한 상가 승강기가 추락해 한 명이 숨진 사고가 있었는데, 해당 승강기 관리업체가 다름 아닌 '저가 투찰 업체'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른 몇몇 업체도 여전히 '저가 투찰'로 업계를 흐리고 있다"며 "관리비가 낮으면 부실 점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사고로 연결된다. 이번 법 개정이 이런 근본 문제의식 없이 건실한 영세업체들만 다 죽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데도 행안부는 원안대로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행안부 승강기안전과 관계자는 "한해 승강기 갇힘 사고가 119 출동 기준으로만 2만 4000건이 넘는다.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며 "중소업체 처지도 충분히 반영하려 노력하지만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현재로서는 원안대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승강기 유지·보수를 점검 리스트에 따라 제대로만 하면 사고·과징금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가 입찰'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적격 심사 등 따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승강기 유지·관리업체는 전국 850여 개 업체가 있으며, 경남에는 창원 20개사를 포함해 모두 50여 개 업체가 있다. 이들 대다수인 800여 업체가 행안부 앞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24일에 열릴 집회에 도내 업체도 상당수 참석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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