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5%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성적 일변도의 교육환경부터 바꿔야

'노모포비아증후군' 혹은 '팬텀바이브레이션증후군'이란 생소한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의 눈에 낯설기만 한 이 용어는 전자가 스마트폰이 없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안, 짜증내는 현상을 일컫는다면 후자는 스마트폰 진동이 없었음에도 심리적으로 가상의 진동을 경험하는 것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혹은 중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옆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 눈을 감은 채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모습들은 사라지고 작금에는 천편일률적으로 머리를 숙인 채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평범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18년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15.2%에 해당하는 20여만 명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과의존 위험군'으로 진단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스마트폰 위험군에 속한 청소년의 비중이 16년(13.6%) 및 17년(14.3%)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의존 혹은 중독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로 약물이나 도박, 알코올, 게임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본인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상태나 현상을 뜻한다. 결국,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현상은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롭지못한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편리함을 위해 개발된 스마트폰이 오히려 사람을 구속한다하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작금의 이러한 세태를 풍자하듯 우리사회에는 '스마트폰좀비' 혹은 '스몸비'라는 신조어가 만연되어 있다. '스몸비'란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아무런 생각 없이 걷는 사람을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좀비에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특히 '스몸비족'에 의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걸을 때 스마트폰을 보면 위험하다는 내용이 담긴 교통안전표지를 설치했다고 하니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로 미국·프랑스·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교내에서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규제에 의한 방법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우리의 현실과는 사뭇 달라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할 이유는 청소년들의 어깨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각자의 개성과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성적 일변도의 교육환경이나 사회풍토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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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만으로 '줄 세우기 문화'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선두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낙오한다는 초조함과 압박감, 상실감으로 인한 현실 도피 및 스트레스 분출 창구로 인터넷 등 스마트폰에 내재된 중독성 콘텐츠에 빠질 환경이 우리 주변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래 우리나라의 바로미터인 청소년들이 희망을 품고 건강한 모습으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창의적 교육시스템' 마련에 머리를 맞댈 중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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