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독식의 경제 순환구조 깨야
'납품가 조정위원회' 설치법 제안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전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일의 순서와 해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타격을 입는 영세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의 격앙된 목소리를 그들의 밥그릇 지키기 혹은 욕심으로 보는 시각이 나는 불편하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편의점 치킨집 커피집 운영해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빚 갚고 하는 식으로 빠듯하게 사는 자영업자들은 단돈 20만 원, 30만 원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니 이제서야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추느니 어쩌느니 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이다. 안 하는 것보다야 훨씬 좋지만 그보다는 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은 대기업-1차벤드-2차벤드-3차벤드-자영업자-대기업으로 돈이 원활하게 흘러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경제는 첫단계인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면서 그 돈이 대기업과 그 직원, 그리고 극소수 계층에만 묶여 있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극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이 소비를 아무리 많이 해도 돈이 돌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낙수효과'를 주장했지만, 현재 구조로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맨 위에 있는 술잔이 자꾸 커져서 아래로 흘러내릴 술이 없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밀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맨 위 술잔'의 크기를 줄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이 1차벤드에 납품가를 제대로 쳐주고, 1차벤드는 2차벤드에, 2차벤드도 3차벤드에 이처럼 하면 1·2·3차벤드 직원들의 월급과 복지가 지금 보다 나아질 것이고 자연히 그들의 가계가처분 소득도 늘어나서 외식 등 서비스 소비가 늘어 자영자들의 숨통도 트이게 될 것이다. 또 비정상적으로 많은 자영업자도 중소기업 일자리로 어느 정도 흡수되어 줄어들 것이다. 이게 바로 소득주도 성장 아닌가?

그런데 지금 정부는 제일 윗단계에서 막혀있는 돈 흐름은 손도 대지 않고 맨 아랫단계에 있는 최저임금부터 올려버린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대·중소기업 상생'이니 뭐니 하던 것들도 결국 핵심은 '납품가' 보장이었는데 시늉만 내고 말았을 뿐이다. 사실 납품가 문제만 제대로 풀면 지금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복지 격차를 많이 줄일 수 있어 청년 일자리 문제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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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납품가를 정해주는 지금 방식으로는 절대로 경제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래서 예를 들면 '납품가 조정위원회 설치법'을 만들어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산업별로도 좋고 기업별이라도 상관없다.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 그리고 전문가 등 외부인사를 포함시켜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에서 납품가를 정하도록 하면 지금처럼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가 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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