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민주주의 모델 vs 공약뒤집기 방패
내일 첫 회의서 의제 사전 검토
스타필드·해양신도시 등 물망
대표성 확보·의회 협조 '관건'

창원시가 설치·운영하기로 한 공론화위원회를 두고 긍정적인 시각과 비판적이 시각이 나뉘고 있다. 공론화위가 연착륙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는 오는 7일 공론화위원회 위원 위촉식과 첫 회의를 연다. 위원은 당연직인 시장·기획예산실장·행정국장 포함 19명으로 꾸려진다. 공론화위는 첫 회의에서 공론화 의제를 도출할 현안을 사전 검토한 후, 이달 중 첫 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론화 의제로는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민간특례공원 개발 사업 등이 물망에 오른다.

허성무 시장 공약 중 하나인 공론화위 설치는 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자치분권과 시민 주권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공론화위 설치와 함께 주민참여예산제 현실화, 시민자치학교 운영, 시민청원제도 도입, 명확한 행정정보 공개, 갈등관리 의무화 등이 이 범주에 든다. 전임 시장 시절 시가 독단적으로 결정·추진한 정책 탓에 시의회, 여론이 들끓어 시정 피로도가 높아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허 시장은 이 기조에 따라 선거 과정과 당선 이후 여러 대형 이슈를 시민 뜻을 물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줄곧 피력했다. 시는 이들 찬반 대립이 큰 현안을 시민 집단지성의 참여, 소통에 기반을 둔 '숙의 민주주의'로 풀어냄으로써 정책 실효성과 신뢰를 담보한다는 복안이다.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면 객관적인 여론 청취가 가능하고 사회적 갈등 비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선거 공약을 토대로 표를 얻어 시민 뜻을 대변하고 시 정책 결정 권한을 부여받은 시장이 '책임 행정'을 하기보다 위원회를 방패 삼아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컨대 허성무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마산해양신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조성하기로 했다.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스마트시티법) 통과로 연차적인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지정이 예상되자 이를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공약에도 마산해양신도시 조성을 공론화 과제에 올리는 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다. 시는 조성 시 세부 콘텐츠만 공론화한다지만, 약속한 스마트시티 유치 성패도 모르는데 공론화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관련 공론화에서 재개 결론이 나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수정된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는 또한 풀 단에 참여할 시민 500명을 전문 용역기관을 통해 선발하고, 이 가운데 50~100명을 추려 공론화 주체로 삼는다. 지역, 성별, 나이 등 변수를 고려한다지만 105만 인구 중 고작 50명을 토대로 도출된 의사를 '공론'이라며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아울러 시민 의사를 대변하는 의회 역할을 축소·무시한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105만 시민 손으로 선출된 시의회와 조정 과정 없이 시민 손에 정책 결정권을 쥐여주는 건 대의 민주제를 무력화하고 자칫 대중영합주의에 기댄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시 관계자는 "공론화 의제가 발생했을 때 시의원 2명을 위원으로 추천받아 절차적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의회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시의회에서는 더구나 조례 제정 전 훈령을 발령해 먼저 위원회를 꾸린 시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서둘러 위원회를 구성해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 집행부 입장은 이해하나 절차적 정당성을 다소간 훼손하면서 밀어붙이는 건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협치 파트너로서 시의회 역할을 고려해 일을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