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6개 산하 기관장 대상
도-의회 인사검증 협약 논의
전국 11개 시·도 청문회 도입
관련조례 대법원서 무효 판결
"제도 안착 위해 상위법 고쳐야"

경남도와 경남도의회가 6개 도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를 밟고자 협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말께 관련 협약이 체결되면 이르면 9월 중 임용 전 도의회 청문 절차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치단체 인사청문회 도입을 가로막는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대부분 조례가 아닌 협약 등을 통해 인사 검증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자치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열릴 수도, 열리지 않을 수도 있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법 개정에 앞서 자치단체에서 다양한 방식의 인사청문회를 도입, 시도하는 것 자체가 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도와 도의회는 경남개발공사, 경남발전연구원, 경남신용보증재단, 경남테크노파크, 경남로봇재단,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등 6개 기관장에 대한 인사 검증 관련 협약을 맺고자 협의를 진행 중이다.

김경수 도지사와 김지수 도의회 의장 사이에 인사 검증에 대한 큰 틀은 이미 합의됐기 때문에 현재 세부 절차와 협약서에 담길 문구 등을 다듬는 중이다. 인사 검증은 △도덕성 검증(비공개) △능력·자격 검증(공개) 순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도의회 인사 검증 절차는 2013년 광역자치단체로는 최초로 홍준표 전 지사가 도입했었다. 그해 1월 말 람사르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된 강모택 전 도의원에 대한 도의회 인사 검증이 '출자·출연기관장 임용 전 도의회 의견 청취'라는 이름으로 열렸고, 부적격 의견서가 도출됐었다. 이후 강 전 의원은 여론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당시 야권에서 청문 대상자 검증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새누리당 도의원들 주도로 폐지됐다. 이후 5년 넘게 도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 검증은 열리지 않았다.

현재 전국 11개 광역의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있다. 사후검증방식을 선택한 충남도의회를 제외한 10개 광역의회가 사전검증방식으로 인사청문회를 열고 있다. 경남과 울산, 부산, 세종, 충북, 전북 등 6개 광역의회만 관련 제도가 없다.

부산시는 최근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의 인사검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법적 근거 미비를 들어 '인사청문회' 시행을 거절하면서 시민사회의 큰 반발을 샀다. 결국 두 기관은 청문회 대신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지방의회 차원에서 정부부처 장관급 인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이어졌다. 하지만, 법적 공방에서 번번이 막혔다.

전북도의회는 2014년 9월 30일 의장 직권으로 '전라북도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례'를 공포했다. 그러나 전북도지사는 지방의회가 인사청문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근거가 상위법에 없다는 점을 들어 대법원에 제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해당 조례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앞서 광주시의회도 2012년 4월 '광주광역시 지방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인사검증 공청회 운영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에 광주시장은 상위 법령 위반을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고, 의회가 이를 원안 그대로 재의결하자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 역시 대법원은 해당 조례가 무효라고 했다.

대법원이 무효라고 판결한 까닭은 현행 법령은 자치단체장에게 기관구성원의 임명·위촉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거나 제약을 하는 조례를 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지방의회에서 단체장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나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관련 법안 5건이 발의돼 있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인사청문회 도입의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해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정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인사청문회를 도입, 시도하는 것을 통해 법 개정을 강제해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이후 공공기관장 인사교체 때마다 보은인사, 낙하산-회전문 인사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도입을 통해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오남용 견제, 공기업의 경영합리화와 재정 건전성 강화 등을 위해 자질과 능력을 사전에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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