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바캉스 풍속도
먼 산·바다·계곡 대신
가깝고 에어컨 빵빵한
호텔·카페에 인파 몰려
"부담 적고 가성비 좋아 혼자 오는 사람도 많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은 유통가 풍경이 달라졌다. 산, 바다, 계곡으로 떠난 사람들로 한산했던 모습은 간데없다. 여름은 유통가에서 비수기로 통한다. 올해는 연일 이어진 불볕더위로 피서 문화가 바뀌고 있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실내에서 피서를 즐기려는 이들이 증가했다. 특히 호텔, 커피숍, 만화카페에서 여름을 이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멀리 떠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이색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다.

바캉스 시즌 도심 속 호텔을 찾는 투숙객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족'들이다.

풀만 앰버서더 창원 호텔은 바캉스 수요가 대폭 늘어 8월 첫째 주 객실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p 올랐다. 지난주 예약률도 덩달아 작년 대비 25%p 이상 올랐다.

지역 경기를 고려해 요금을 평균 2만~3만 원 낮춘 덕이기도 하지만, 도심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야외수영장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달 6일 개장한 야외수영장은 극성수기인 8월 첫째 주 토요일에만 470명이 찾았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이용객보다 50% 오른 수치다. 평일 하루 이용객도 280명이다. 지난해 주중 평균 이용객 150여 명을 훨씬 웃돈다.

호텔 관계자는 "피서지 인근 호텔은 비싼 편이라 가까운 지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라며 "대구 등 타지역에서도 많이 온다. 특히 휴가시즌인 저번 주 이용률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시원한 카페에서 여가를 즐기는 '커피서(커피+피서)'족도 늘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지난 7일 창원시 상남동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오전 11시부터 음료를 주문하려는 사람들로 진을 쳤다. 점심때가 가까워질수록 프런트 앞 대기줄은 길어졌다.

8월 둘째주부터 휴가였다는 김모(32·신월동) 씨는 "집에 있기 갑갑해서 아이를 데리고 시원한 커피숍을 종종 찾는다"며 "휴가 시즌 커피숍을 두 번 방문했다"고 했다.

관공서가 밀집한 창원 용호동 가로수길 한 카페는 평일 오후 3시와 4시 사이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린다. 평소 점심때가 지난 늦은 오후는 한산한 모습이지만, 최근 늦도록 자리를 지키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카페 매니저는 "7월 말부터 8월 초 매출이 평소보다 20%가량 늘었다"며 "직장인보다 가족, 친구 등 단체모임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시원한 만화카페에서 만화책을 보며, 휴가를 보내는 '북캉스(책+바캉스)' 족도 늘어나고 있다. 만화카페는 다양한 만화책, 잡지뿐 아니라 볶음밥, 라면 등 각종 먹을거리에 편안한 소파까지 갖춰져 소소한 휴가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만화책과 카페가 결합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 각광받는다.

6일 오후 1시 30분 상남동 한 만화카페에서는 만화책을 보며 음식을 먹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시원한 마루에 누워 잡지를 뒤적이거나, 음료를 마시며 편안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도 한 손에 만화책을 들고 카페 구석구석을 누볐다.

휴가를 맞아 만화카페를 찾았다는 박모(39·대방동) 씨는 나 홀로 휴가족이다. 그는 "집에서 쉬는 것처럼 뒹굴거리며, 만화를 읽고 음식도 먹으니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만화카페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7월 말부터 성인들이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지난 7월 매출이 전달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휴가철인 8월 들어서는 평일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 비교적 조용한 점심때도 최근 손님이 몰리면서 직원 한 명을 늘렸다.

카페 관계자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잠깐 시간 보내러 오거나, 혼자 오는 사람이 많다"며 "만화와 식사를 즐길 수 있어 가성비 높은 피서지로 인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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