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한중일 환경교육 교류회 참석
환경과 생태 넘어 동아시아 공동체 꿈꿔

달리는 차장 밖. 눈앞으로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중국 심양에서 판진 가는 길입니다. 심양을 출발한 버스는 광활한 만주 벌판 따라 한참을 달립니다. 용맹스러운 고구려 사람들이 말 타고 활 쏘며 달리던 역사 현장 따라가는 길입니다. 드디어 '아득하게 먼'이란 말에서 유래했다는 랴오허강이 나타납니다. 랴오허강은 중국 요서 지방과 요동 지방의 경계가 되는 강이기도 합니다. 랴오허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는 엄청난 규모의 삼각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지금까지 군사, 경제, 산업의 요충지로 자리매김되어 온 곳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지점. 랴오허강 하류에 있는 판진 시에서 '제17회 한·중·일 환경교육 교류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한·중·일 교류회는 20여 년 전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환경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네트워크입니다. 주로 초·중·고 교사, 시민 사회단체 활동가, 학자들로 구성된 순수 민간단체입니다. 작년에는 한국 제주도 동백동산에서, 올해는 중국 랴오닝성 판진 시에서, 내년에는 일본에서 교류회가 열립니다. 주된 의제는 환경과 생태지만 궁극적으로는 생명, 평화가 어우러진 동아시아 공동체를 꿈꾸며 논의를 넓혀 나갑니다. 먼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지역 곳곳의 환경 문제에 관해 발표하고 토론합니다. 각 나라와 지역이 처한 상황을 공유하며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보기도 합니다. 올해의 공통 주제 중 하나는 검은머리갈매기 보호입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중국 판진과 한국 인천, 영종도, 새만금 같은 곳에서 번식하고 순천만, 사천 광포만, 창원 진동 갯벌, 일본 소네 갯벌 등지에서 월동합니다. 전 세계에 1만 4000마리 정도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 조류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자료집(Red List)에는 취약종(VU·Vulnerable)으로 분류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갯벌과 습지가 파괴되고 사라지면서 검은머리갈매기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세 나라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런 사이 검은머리갈매기는 자꾸만 위기에 처해집니다. 텃새로 살아왔던 따오기와 황새는 이미 우리 땅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의 주인공 따오기는 노래 속에만 남아 있다 최근에 복원 프로젝트로 되살아났습니다. 이들 모두 동아시아에서 번식하고 월동하던 조류입니다. 그래서 더욱 검은머리갈매기와 따오기, 황새를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한 동아시아 공동체 모두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교류회 발표 내용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는 한·중·일 따오기 보전과 지역 경제 살리기에 대한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 몽골, 러시아까지 힘을 합쳐야 보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중국에서는 검은머리갈매기와 습지 보전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발표합니다. 생태문명 도시를 추구하는 판진 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일본은 한·중·일을 이어주는 검은머리갈매기와 소네 갯벌의 과제에 대해 의견을 모아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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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환경 문제와 동아시아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갑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기후 변화 현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와 해결 방법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당장 해결 방법을 찾아내긴 어렵습니다. 참가자 모두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하자'는 말에 격한 공감을 표하면서 교류회를 마무리합니다. 폭염과 열대야에 잠 못 드는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말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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