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화 전환 과정서 고민 흔적 아쉬워
축제의 질 높여 재도약 기회 삼아야

무료화 절차를 밟는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설문조사에 이어 시민토론회까지 마친 뒤 지난 1일 진주시에서 무료화(입장료)를 공식 선언했다. 시장 공약대로 달려가는 일만 남은 듯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축제이자 축제 유료화의 선봉에 섰던 진주남강유등축제가 무료로 전환하는 과정은 '최고의 축제'답지 못하다. 그동안 무료로 전환했을 때 예상되는 혼란과 몇 년 전 유료로 전환할 때 고민은 고려 대상에 없었다. 마치 유료로 전환할 때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던 모습을 다시 보는 느낌이다.

설문조사는 사전에 예산 투입 등에 대한 예고도 설명도 부족해 객관성에 의구심이 든다. 토론회는 사전에 조규일 시장이 "유-무료를 논의할 단계를 넘었다. 무료로 치를 방안을 찾아달라"며 '무료'를 확인하면서 초반부터 꼬였다. 토론자들은 혼란스러워했고,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자기 말만 하곤 마무리했다.

물론 시민들이 무료를 공약으로 내놓은 조규일 시장에게 표를 주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무료화를 용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 최고축제인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그래선 안 된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모든 축제에 '유료화가 대세다. 나를 따르라'고 소리쳤는데,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면 적어도 '왜 무료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하는 게 아닐까.

무료로 전환하면서 유등축제는 새로운 숙제를 안았다. 유등축제는 대표 축제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한계를 느낄 때쯤 유료로 전환하면서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다시 무료로 복귀하면서 또 한 번 도약해야 하는데 반등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축제의 질은 돈과 직결된다. 지금 논의되는 것을 보면 2014년 수준이다. 3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예산도 크게 늘었는데 2014년 때 예산으로 축제를 치르라고 한다면 축제의 질이 높아질까. '비싸면서 질 나쁜 물건 있지만 싸면서 좋은 물건은 없다'는 말이 있다. 혹시 진주시는 싸면서 좋은 물건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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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냐 유료화냐는 단순히 입장료를 받고 안 받고의 차이가 아니다. 생존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유료화 3년 동안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서 예측가능한 축제가 가능했다면 무료 땐 예산을 담보할 수 없다. 시 정책이 바뀌거나 시의회에서 삭감해버리면 하루아침에 낭떠러지와 직면한다.

축제의 질이 한 번 떨어지면 관광객은 다신 찾질 않는다. 논란을 떠나 지금부터는 축제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유등축제에 던져진 화두다. 성장을 몰라도 퇴보해서는 안 된다. 매년 20억 원 이상을 부담할 의사가 있다는 의미에서 무료화를 선언했다면 돈 때문에 질이 떨어졌다는 핑계가 없도록 진주시와 시민은 화끈하게 밀어주고 더 좋은 축제를 요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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