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뉴스에서 잠깐 보도됐다. 그때만 해도 평범했던 이 시위가 23차례 촛불시위로 이어질 줄 몰랐고, 더욱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통령이 파면되는 초유의 사태로 전개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당시 대부분 언론은 촛불시위에 대해 '시민의 힘'과 '민주주의'란 용어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시민의 참여와 행동하는 힘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새삼 확인했다.

이러한 시민참여의 위대성을 보여주는 것이 지방자치제도이다. 지방자치란 문제나 현안을 지역주민이 지역의 예산과 자원으로 해결하는 제도이며, 주민참여가 핵심이다.

특히 자치단체장의 독선과 불통을 겪은 경남도나 창원시의 경우는 민선 7기에 들어와서 자치단체장의 일방적인 지시의 권위적인 행정문화를 바꾸려는 자정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시민의견을 무시하고 몇 명의 참모가 모여 경제개발적인 발상으로 자치단체를 운영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민선 7기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공약 실천뿐만 아니라 기존 정책이나 사업의 계속 추진에 있어 어떻게 하면 눈높이가 높아진 시민에게 행복감과 풍요로운 삶을 제공할 것인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창원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수천억 원이 이미 투입됐는데도 진척이 없는 공사, 사업성이 불분명한 대형공사,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해결되지 않는 사업, 공원일몰제처럼 개발과 보존 등 찬반의견이 팽팽한 사업 등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다. 이러한 사정은 타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시민의 '집단지성'이다. 즉 거버넌스(governance) 방식을 통해 각 주체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이 난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 방법이 바로 '공론화위원회'이다.

공론화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이에 대해 에너지 관련 갈등 원인과 해결방안을 시민이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지혜를 모으기 위해 출범해 주목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도 대전광역시 월평공원 장기미집행 사업에 대한 공론화위가 출범했고, 광주광역시는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여부와 관련해 공론화위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찬반이 엇갈리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를 공론화위를 통해 결정하기로 공표했다.

이러한 공론화위 필요성에도 한편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책임회피용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정치지도자나 자치단체장의 뻔뻔스러운 무책임한 언행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대의 흐름은 시민의 참여와 행동으로 지방자치를 실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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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지방자치시대에 공론화위는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 결과를 시민이 행복한 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창원시의 투명한 정책결정과정, 명확한 정보공개 및 사실 확인, 찬성과 반대의 득과 실, 이해 관계자들의 충분한 소명, 공정하고 적법한 행정처리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숙의민주주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그 배를 타고 있다. 반목과 갈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어려운 시대에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함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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