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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맛보기] (5) 온새미·쌤통·온이·쏠쏠하다·올망졸망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맛보기

입력 : 2018-09-02 15:53:56 일     노출 : 2018-09-02 15:57:00 일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총무) baedalmaljigi@gmail.com

한 달이 어쩜 이렇게 빨리 갈까요? 거의 한 달 동안 사람들을 괴롭히던 불볕더위도 시나브로 고개를 숙이고 이제 우리가 가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될 온가을달 9월입니다. 건들바람에 살살이꽃 한들한들 춤추는 것도 보시고 여러 가지 토박이말 맛도 보시며 즐겁게 보내시기를 비손합니다.

온새미

뜻: 가르거나 쪼개지 아니한 생긴 그대로의 상태.

창원에 일이 있어 갔습니다. 일을 보러 간 김에 가깝게 지내는 언니와 아우한테 기별을 했습니다. 아우는 다른 모임에 가 있다고 하고 언니는 멀지 않은 횟집에 있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한테 함께 기뻐해 줘야 할 좋은 일이 있는데 그건 다음에 하기로 되어 있어서 얼굴이나 보고 온다고 갔습니다.

갔더니 저도 잘 아는 한 분하고 처음 뵙는 분이 같이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회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회 말고도 다른 것이 자꾸 나왔습니다. 나온 것들을 골고루 먹다 보니 배가 불렀습니다. 그래서 맛있게 구운 꽁치가 온새미로 나왔지만 다 못 먹고 나왔습니다.

만남이 또 다른 만남을 낳고 그 만남이 새로운 일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다음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으며 뜨겁게 갔던 길을 되돌아 왔습니다.

쌤통

뜻: 남이 바라던 일이 바람대로 안 되거나 어긋나 딱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고소해하는 뜻으로 이르는 말.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아이들과 이바지하기(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밖으로 나가려면 갖춰야 할 게 있었는데 그것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몇 군데 물어 봤지만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이 많이 났습니다. 그 짜증을 엉뚱한 사람한테 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말이지요.

갖춤몬(준비물)을 사서 판을 벌이기는 했습니다. 이바지하기를 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 견주어 봤을 때 이름을 써 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군가 저한테 "쌤통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마음이 무거웠기에 이름을 써 달라는 말을 하는 제 얼굴도 그리 밝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이름을 적어 주셔서 짜장 고마웠습니다.

'쌤통이다'라는 말은 다른 사람의 슬픔을 기쁘게 여기는 듯이 하는 말이라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쁜 마음을 먹고 나쁜 짓을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써도 괜찮을 것입니다. 엉뚱한 곳에 짜증을 낸 저처럼 말입니다. ^^

온이

뜻: 모두 다, 전체, 전부.

불볕 속에서 여러 사람이 땀을 흘리며 밑그림을 그려 놓은 옛놀이마당이 예쁘게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그곳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니 더 기뻤습니다. 그렇게 그어 놓은 줄 몇 줄이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는데 좀 더 일찍 많이 해 줄 걸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온이 다 갖거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가는 게 어른이 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갖고 싶은 것을 다 갖게 해 주지 못해서 마음 아파하는 어버이들이 있긴 합니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도 없고 갖고 싶다고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에 넉넉함을 느끼는 아이가 오히려 고마울 것입니다.

덥다면서 찬바람틀(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문을 열어 둔다든지, 아무도 없는 빈 곳에 찬바람틀은 말할 것도 없고 불까지 켜 놓는다면 어떨까요? 불볕더위 때문에 시원한 곳을 찾는 만큼 저마다 누리고 사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쏠쏠하다

뜻: (재미나 길미가)만만하지 않은 만큼 많다(생각했던 만큼 괜찮거나 그것보다 낫다).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인데 꽉 막힌 길 위에 서서 제가 나고 자란 곳이 참 좋은 곳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니 말이지요. 하지만 길이 막히니 살짝 짜증이 나기는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던 찬바람틀(에어컨)을 시골집에 달고 왔습니다. 시원한 곳을 찾아 놀러 온 사람들을 보며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안쓰러웠습니다. 두 분이 흘리신 땀 덕분에 집을 시원하게 만들어 놓고 올 수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돌아오는 길, 냇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자는 생각에 골짜기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물에 들어가 노는 사람들을 보니 참 시원해 보였습니다. 신을 벗고 들어가 돌을 들추며 물고기도 찾고 고동(다슬기)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더 오래 놀지 못하고 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올망졸망

뜻: 귀엽고 엇비슷한 아이들이 많이 있는 모양.

배움터를 옮겨 함께 모여 솜씨를 갈고닦고 있는 배움이들을 북돋우어 주러 의령에 다녀왔습니다. 저희가 갔을 때 막 저녁을 먹고 새참을 산다고 가게에 드나드는 아이들이 올망졸망 많았습니다. 더운 날씨에 집을 떠나와서 함께 어울리며 땀을 익히는 아이들한테 빠질 수 없는 재미일 것입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를 보여 주는 작은 소리꽃잔치(음악회)를 열어 주었습니다. 그것을 보러 오신 어버이들도 많았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좋은 소리를 들려주려고 찬바람틀(에어컨)까지 끄고 땀을 흘리며 만들어낸 어울림 소리는 참 듣기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소리꽃을 피우는 아이들은 아까 가게에서 과자를 사서 들고 올망졸망 나오던 아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솜씨는 참으로 놀랍고 대견했습니다. 이렇게 흘린 땀만큼 좋은 열매를 거두길 빌며 집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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