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의기〉 오디션 현장
기생 산홍 등 주요 인물 선발
고교생·자영업자 등 도전
"관객 앞에 서는 그날 꿈꾸며"

"지난해 일반인 참가자가 함께 꾸민 뮤지컬 <영웅>을 울면서 봤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관객 앞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하동에서 왔다는 스물한 살 참가자는 줄곧 다리가 떨렸다. 뒤늦게 1차 합격 사실을 알고 연기와 노래를 준비한 데다, 긴장까지 더해져 제대로 오디션을 소화하지 못했다.

"긴장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세요." 심사위원들은 대사와 가사를 잊은 참가자를 다독이며 실력을 발휘하도록 배려했다.

12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의기> 캐스팅 오디션 참가자가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최환석 기자

지난 12일 오후 2시 30분께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지하 연습실에서 뮤지컬 <의기> 캐스팅 오디션이 열렸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고 공연예술 BOX 더플레이가 주관한 자리다.

논개 정신을 이은 기생 산홍과 그를 첩으로 삼으려다 죽음으로 내몬 을사오적 이지용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어 상상력을 더한 다양한 인물이 나와 이야기를 구성한다.

작품은 산홍의 죽음부터 1919년 진주 걸인·기생독립단 만세운동까지 소화한다.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시대극이다.

앞서 만 18~35세 남녀를 대상으로 1차 서류·동영상 심사를 거쳤다. 2차 오디션에는 총 12명이 참가했다.

이날 대상 배역은 주연 2명과 조연 2명이었다. 오디션 참가자는 미리 한 가지 배역을 꼽아 지정 대본 연기와 노래를 연습했다. 이날은 준비한 연기와 노래에 더해 특기 등 자신의 매력을 가감 없이 뽐내는 자리였다.

참가자는 19세부터 33세까지 다양한 나이대로 구성됐다. 오디션을 보려고 창원, 진주, 하동 등 다양한 곳에서 찾았다. 전공자, 비전공자, 경력자를 가리지 않고 뽑은 까닭에 고등학생, 대학생, 입시생, 자영업자 등 일상의 모습 또한 여러 갈래였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모두 오롯이 뮤지컬 <의기> 속 인물로 변신했다.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최환석 기자

심사는 뮤지컬 연출가 박진용, 음악감독 신성철, 배우 임춘길·최우성이 맡았다.

이날 오디션 마지막 참가자는 서른세 살로 참가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처음엔 참가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뒤늦게 회관을 찾아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봤다. 그는 "엊저녁까지 고민을 했고 참가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는데 참가에 의의를 두고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 실력이 무대에 서기엔 모자란다고 생각했고,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큰 무대에 섰을 때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고 고민 이유를 밝혔다. 마음을 바꿔 참가한 오디션에서 그는 다른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이날 캐스팅 오디션을 마친 뮤지컬 <의기>는 앞으로 배역을 맡을 배우를 뽑고 연습을 거쳐 오는 11월 초반께 공연 일부를 소개하는 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본 공연 일정은 내년 3~4월로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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