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명물 재첩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맞은 듯하지만, 앞날을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재첩을 살려달라는 어민들의 호소에 답하여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어민-관계기관 연석회의에서는 서너 가지 조정안이 소개됨으로써 일단 최악의 국면은 가까스로 면하는 분위기로 돌아섰으나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뿐 아니라 핵심인 대책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작업이 어민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재첩의 최대 적인 염해 제거방법으로는 결국 섬진강 물을 많이 흘려보내 염도를 낮춰야 하지만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다. 상류에 있는 섬진강댐이나 주암댐의 방류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으나 주변에 즐비한 농공단지 공업용수는 말할 것도 없고 농사에 필요한 물과 생활용수를 공급하다 보면 갈수기 물 부족 현상은 해소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 만큼 재첩 피해를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섬진강은 4대 강 사업이 비껴갔는데도 불구하고 수량 부족으로 수질이 크게 나빠졌다. 다압취수장이 화를 키웠다. 늘어나는 각종 용수를 조달하기 위해 시행한 이전증설 공사 후 급속도로 하류 염도가 높아져 10여 년 전보다 재첩의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대폭 줄어들었고 서식지 또한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어디 재첩뿐이겠는가. 낙동강과 마찬가지로 은어 등 토착어종까지 침해받아 생태계가 교란 중이다.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섬진강을 살리고 재첩을 살리려는 강의 자연화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섬진강은 개발의 손길이 덜 미친, 비교적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강이다. 하동 재첩은 대표적 토산품이지만 그보다 먼저 다루어져야 할 본질적 명제는 섬진강을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일이다. 수자원공사 등 관련 기관들이 그런 이치를 모를 리 없다. 오래 전에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지금까지 방치한 결과 이제는 어민 생업이 위협받는 지경으로 상태가 나빠졌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바로잡겠다는 각오로 원인 제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재첩도 살고 섬진강도 살릴 수 있는 길, 그건 선택이 아닌 양자 필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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