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안용우 양산 웅상농협 조합장
1979년 입사해 2009년 조합장 당선
예금대출 비율 45→78% 상향 '성과'
"군대같은 하향식 업무지시 없앴더니
직원들 힘 모아 보험실적 1위…보람"

양산 웅상농협은 1969년 12월 설립돼 50여 년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부산-울산을 연결하는 7번 국도 중간 지점(삼호동 579-1)에 자리하고 있는 준농촌형 조합이다. 본점, 4개 지점, 하나로마트, 경제사업소를 두고 있다. 안용우(62) 조합장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웅상농협을 이끌고 있다.

-웅상농협 조합장이 된 이후 어떠한 사업에 역점을 뒀나?

"여기 지역 분들은 '오늘 어디 가노'라고 물으면 '부산 간다'고 한다. 생활 연고가 부산이며, 울산 베드타운 역할도 하고 있다. 취임 초창기 웅상농협 예대(예금대출) 비율이 45%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 70%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에 예대 비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고, 현재 78% 수준까지 올렸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2009년 12월부터 양산 웅상농협을 이끌고 있는 안용우 조합장. /남석형 기자

-특별한 방법으로 조합원들과 소통한다고 들었다.

"조합원 생일 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네고 케이크도 보내 드린다. 1년에 한 번이라도 조합장 목소리를 들려드리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전화 받은 김에 간단한 민원을 전달하는 창구로도 활용한다. 한 할머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일 케이크를 받아봤다'며 전화기를 붙들고 눈물까지 흘리시더라. 지금 조합원 수가 1150명가량 되는데, 하루 많게는 10통가량 할 때도 있다. 우리 조합원 대다수는 창립 때부터 함께하며 희생만 해왔다. 이제 농협이 보답할 차례다. 우리 조합원은 문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래서 매해 웅상문화체육센터에서 '조합원 한마음대회'인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어르신들이 설운도·현철 등 평소 좋아하는 가수들을 직접 보면 너무 좋아하신다. 예산 문제? 이익 많이 내서 세금으로 내는 것보다, 이익 적더라도 조합원에게 돌아가게끔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조합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선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나 스스로 순수한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기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것저것 의식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안 조합장은 양산 용당 출신으로 부산상고를 졸업했고, 직장 생활을 하며 울산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20대 초반 농협 말단 직원으로 들어가 40여 년간, 그것도 대부분 웅상농협에서 열정을 쏟았다.

-학창 시절에는 어떠한 분야로 나아가고 싶었나?

"예전부터 내 눈에는 불합리한 부분들이 잘 들어왔다. 그러한 것들을 바로잡아보고 싶다는 욕구도 강했다. 그래서 경찰·검찰 분야에 뜻을 뒀다. 실제 검찰 수사관 공부도 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아 20살에 군대에 갔고, 제대 후 1979년 23살에 농협 시험 소식을 접하고 쳤다가 서기보로 합격하게 됐다."

안용우 조합장은 "웅상농협 이익은 모두 지역으로 돌아간다"고 자신있게 말하며 지역사회와 호흡하고 있다. /안용우 조합장

-농협 일이 본인 적성과 잘 맞던가?

"농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순수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정열을 바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당시 농협은 마치 군대조직 같았다. 모든 일이 조합장 말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식이었다. 한번은 조합장이 공제보험 목표에서 벗어났다고 월급으로 메우라는 거다. 내가 못 하겠다고 하자 조합장이 바로 재떨이를 던지더라. 나는 조합장에게 '내가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사표를 냈다. 그런데 수리되지 않고 전출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 조합장이 '조합장한테 달려드는 놈은 처음이었다. 네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지, 아주 괜찮은 놈이다'고 말하더라."

-그로부터 30여 년 지난 2009년 직접 조합장 도전에 나섰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당시 웅상농협 조합장이 사퇴하게 됐고, 후임 인물이 없었다. 나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상임이사로 있다 보니 얼떨결에 선거에 나가게 됐다. 혼자 등록해 경쟁 후보 없이 당선됐다. 당시 조직 역시 여전히 조합장만 쳐다보는 분위기였다. 취임 첫날 '하향식 업무 지시는 하지 않겠다, 모든 걸 스스로 해서 올려라'고 공언했다. 조합장 2년 차 되던 때, 한 직원이 와서는 '유럽 여행을 보내주겠다, 기다려봐라'고 하더라. 농협 보험 실적 포상 관련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중에 정말 우리 농협이 1위를 차지했다.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내가 시켜서가 아니라, 직원들 스스로 힘을 모아 이룬 결과였기 때문이다."

안 조합장은 지난 2015년 3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 다시 출마해 경쟁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런데 안 조합장은 이후 평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2016년 직원 해고에서 시작된 각종 고소·고발 건, 그리고 그해 말 직원 9억 원대 횡령 건이다.

-유난히 구설에 자주 오른 편이다.

"직원 문제는 여러 갈래로 파생되면서 법적 다툼을 벌였는데, 대부분 해결되고 한두 건 남아있다. 오늘 전화통화도 그것 관련이었다. 내가 하지 않은 부분까지 걸고넘어지는 것에 3년여를 보냈다. 횡령 건은 한 직원이 ATM 돈을 빼돌린 사건인데, 전 직원이 손실액을 자신들 상여금에서 메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나는 안 된다고 했지만, 직원들 뜻이 확고했다. 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일련의 일이 있었지만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받아들인다. 내가 1남 2녀를 두고 있는데, 아들이 대뜸 전화해서는 '저한테 부끄러운 일 한 거 없죠'라고 묻더라. 나는 '믿어도 좋다'고 했다."

-내년에 또다시 조합장 선거가 열리는데, 출마하는 건가?

"그렇다. 내가 처음 조합장 맡았을 때 생각했던 것들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고,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다."

-일 외에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나는 변화를 빨리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새 휴대전화가 나오면 일부러 바꿔서 새 기능을 익힌다. 예전 한글·엑셀 나왔을 때 원본을 구해 공부하기도 했다. SNS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농협 행사, 그리고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심경을 담기도 한다. 요즘은 색소폰을 다루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탈출구인 셈이다."

-앞으로 인생에서 계획한 또 다른 목표가 있나?

"주변에서 종종 물어보는데, 나는 정치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웅상' 하면 '웅상농협'을 먼저 떠올리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이후 노년은 여행 다니며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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