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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탐하다] (1) 먹태, 마라탕

명태의 또 다른 이름
중국 마라(痲辣) 요리

입력 : 2018-10-01 11:40:49 월     노출 : 2018-10-01 11:53:00 월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먹태 

명태처럼 이름이 많은 생선이 또 있을까.

명태 그대로는 생태, 말리면 북어, 반쯤 말리면 코다리, 겨울에 잡아 얼리면 동태, 어린 명태를 잡아 말리면 노가리다.

황태를 만드는 지난한 과정에서 파생한 이름도 많다. 한국 덕장에서 명태를 잡아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황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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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기 좋게 잘게 찢은 먹태는 훌륭한 술안주나 간식거리가 된다./청춘건어물

이때 바람이 많이 들어 썩어 문드러진 것은 찐태,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백태가 된다.

먹태는 백태와는 반대로 날씨가 너무 따뜻해 검게 변한 명태다. 변질하지 않고 노랗게 잘 말린 명태만이 황태가 된다.

버릴 것 없는 생선인 명태는 한국인의 밥상에 곧잘 오른다. 북어는 국으로, 황태는 구이로, 노가리는 술안주로 그만이다.

알은 또 어떤가. 입맛을 살리는 데는 명란젓만 한 것이 없고, 툭툭 터지는 식감이며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일품인 알탕도 있다.

요즘 술집을 가면 먹태가 흔히 보인다. 기다란 먹태 몸뚱이 위에 살을 얇게 찢어 수북하게 올린 것이다.

아주 깊은 맛은 없지만 냄비에 먹태를 살짝 덖어 내놓은 것이라 식감이 살고, 먹기 좋게 잘게 찢어 질기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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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건어물 임종윤 대표가 취급하는 포장된 먹태./최환석 기자

마요네즈, 간장, 청양고추 다져 넣은 양념에 찍어 먹으면 짭짤한 것이 입맛을 돋운다. 몇몇이 대화를 나누며 먹태를 먹다 보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창원에서 멸치 등 각종 건어물을 취급하는 청춘건어물에도 최근 먹태를 들였다.

임종윤 청춘건어물 대표는 "사람들이 먹태를 많이 찾는다는 말을 듣고 추천을 받아 먹태를 들였다"고 했다.

청춘건어물에서는 먹태 1마리를 4000원에 판다. 술집에서는 보통 먹태 안주를 1만 원 초중반 대 가격으로 제공하는 데 반해 꽤 싼 편이다.

"취급한 게 일주일 안 됐습니다. 100개들이 한 상자만 일단 받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했는데 모두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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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기 좋게 잘게 찢은 먹태는 훌륭한 술안주나 간식거리가 된다. / 청춘건어물

임 대표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조리가 간편하다는 점을 들어 먹태가 인기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살이며 몸통까지 버릴 것 없는 생선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머리는 따로 뒀다가 육수 낼 때 쓰면 좋다.

세 마리를 사서 우선 한 마리를 먹어봤다. 뜨겁게 달군 냄비에 잘게 발린 살을 넣고 한 차례 덖어 식탁에 올렸다.

마요네즈와 간장, 청양고추를 다진 양념도 직접 만들었다. 모든 과정에 드는 시간은 5분가량. 손이 크게 가지 않고 짧은 시간에 낼 수 있는 안주나 간식거리로는 으뜸이었다.

한 번 덖어 겉이 바삭해 먹는 재미가 있었다. 입에 물고 몇 번 씹으니 어느덧 입에서 녹아 사라졌다. 굳이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붉은 메기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말린 나막스와 식감 등이 비슷했다.

남은 두 마리는 냉동실에 보관했다. 상할 수도 있어서인데, 먹을 때 해동해서 냄비에 한 차례 덖으면 된다.

명태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어류다. 한때는 한국 총어획량 28%를 명태가 차지했다. 이름이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국 근해에 서식하는 명태 개체군은 사실 씨가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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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태를 접시에 담아봤다. 살은 먹기 좋게 잘게 찢어서 판다. 몸통이나 머리는 그대로 먹어도 좋고, 보관했다가 육수를 낼 때 써도 좋다./최환석 기자

청춘건어물에서 취급하는 먹태도 원산지는 러시아다. 황태도 수입 명태를 국내에서 말려 파는 상황이다. 원인은 과도한 어획.

자급이 어려워지자 명태에 포상금이 붙기도 했다. 정부는 명태 자원 회복을 목적으로 종묘를 생산할 수 있는 활어 명태 성체를 잡아 오면 시장 도매 금액보다 크게 쳐서 준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다행히 치어 25만 마리 자연 산란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 양식이라는 소득을 얻어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최근 명태 양식 산업화를 진행해 2021년까지 명태 양식 산업화 기반을 마련하고, 2022년부터 명태 양식 산업화를 연구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거제에서 명태 1마리가 잡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거제 덕포 앞바다에 설치한 연안 걸그물에 길이 50cm가량 명태 성어 1마리가 잡혔는데, 거제에서 명태가 잡히리라 생각하지 못한 어민은 명태를 대구로 착각하기도 했다.

명태를 거둬간 경상남도수산기술사업소 거제사무소도 거제에서 명태를 포획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낯선 풍경이었던 셈이다.

언제쯤 국내에서 잡힌 명태가 밥상에 쉬이 오를 수 있을까. 

마라탕

평일 저녁 창원 한 식당 안이 손님으로 가득하다. 식당 앞을 지나는 이들은 생소한 음식 이름을 보고 가게 안을 훔쳐본다.

식탁 위는 마라롱샤, 마라샹궈, 마라탕 등 꽤 다양한 요리가 차지한다. 이들 요리의 공통점은 '마라' 요리라는 점이다.

마라는 저릴 마(痲)에 매울 랄(辣)을 써서 저리게 맵다는 뜻이다. 마자오와 화자오, 한국으로 치면 초피와 흡사한 향신료나 팔각, 정향, 회향 등이 들어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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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한 마라 요리 전문점에서 파는 마라탕. 저리게 매운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기호에 따라 맵기를 주문하면 된다./최환석 기자

마자오는 청색 계통, 화자오는 붉은색 계통이다. 화자오는 특히 중국 사천지방에서 유명한 향신료다. 중국 후추, 사천 후추로 불리기도 한다.

마라라는 표현이 붙은 음식은 이름 그대로 맵다. 단순히 매운 것이 아니라 입 안이 저리다. 얼얼하게 매운맛으로 입맛을 자극한다.

중국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는 향신료 특유의 향으로 호불호가 갈린다거나, 다른 대중적인 중국 요리에 밀려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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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향신료인 화자오. 한국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 최환석 기자

최근 영화나 예능에 마라 요리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윤계상이 분한 장첸이 마라롱샤를 먹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한다.

최근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가수 헨리가 중국에서 마라롱샤를 먹는 장면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하는 희극인 박나래는 자신의 집에서 만화가 기안84와 배우 이시언에게 마라샹궈 요리법을 알려주면서 관심을 끌었다.

마라탕은 사천요리 경향의 샤부샤부에 가깝다. 재료를 각각 찍어 먹지 않고 한 번에 담아 먹는다는 점이 샤부샤부 요리와는 다른 점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요리. 손님이 선택한 재료를 국물에 데쳐 양념을 넣어 주는 식이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마라샹궈는 해산물이나 고기, 채소, 당면 등을 양념과 함께 냄비에서 볶아내는 요리다. 마라 요리는 재료에 따라 모양새나 이름이 바뀌는데, 마라롱샤는 민물 가재가 중심 재료다.

경남지역에도 마라 요리를 다루는 식당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창원에는 마라 요리 전문 연쇄점까지 생겼다. 양꼬치를 다루는 식당이나, 중국 요리점에서도 마라 요리를 내기도 한다.

마라 요리는 베트남 반쎄오(쌀가루 반죽에 채소 등을 얹고 반달 모양으로 접어 부친 음식)·분짜(쌀국수 면에 돼지고기 숯불구이, 채소를 곁들여 먹는 음식), 태국 그린커리(태국식 커리) 등과 더불어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민족 음식을 뜻하는 에스닉 푸드를 대표한다.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올해 1분기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 경기지수는 96.09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경기지수에서 16.6 상승한 수치인데, 상승 폭이 가장 크다. 경기전망에서도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은 경기가 여전히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다.

큰 인기를 누리는 기타 외국식 음식 중에서 특히 마라 요리가 인기를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매운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참신하게 다가간다는 점을 꼽겠다.

최근 마라 요리를 즐겨 먹는다는 이모(30·창원시) 씨는 "떡볶이나 닭발 등 원래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데, 마라 요리는 이들과는 차별화한 매운맛이 난다"며 "향신료를 넣어 독특한 향이 나고 저리게 매운맛이 입맛을 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는 1~2년 전부터 서서히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에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마라 요리를 내는 음식점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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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한 마라 요리 전문점에서 파는 마라탕. 저리게 매운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기호에 따라 맵기를 주문하면 된다./최환석 기자

지난해 12월 중국에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에서 마라탕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대를 찾은 문 대통령은 "지금 중국 청년들 사이에 '한류'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중류'는 더욱 오래되고 폭이 넓습니다"며 "한국의 청년들은 중국의 게임을 즐기고,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를 좋아합니다. 요즘은 중국의 쓰촨요리 '마라탕'이 새로운 유행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기가 높은 만큼 직접 마라 요리를 가정에서 해 먹는 소비자도 늘었다. 마라 요리에 쓰이는 재료는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각각 향신료를 살 수도 있고, 아예 양념 완제품을 사서 쉽게 요리할 수도 있다.

기존 매운맛에 질렸다면,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싶다면 한 번쯤 마라 요리를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얼얼한 그 맛에 반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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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부. 공연, 문화정책 담당. 레져도 함께. 제보/피드백 010-8994-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