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65억 쏟아붓고도 교통약자 배려 못 했다
엘리베이터 없어 노인 등 불편
진주 '무장애도시'수식어 의문

지난 2017년 재개장을 한 지하상가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상가이기도 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뿐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공연과 문화 행사도 열리는 시민들의 휴식과 쉼터 역할까지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의 엄청난 더위에 지하상가는 인기 만점의 피서지인 듯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렇듯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지하상가는 상가로서만의 기능뿐만 아니라 쾌적한 공간으로도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고 큰 불편함 없이 이용하고 있지만, 지나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 있다. '왜 지하상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을까?'였다.

진주중앙지하상가에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리프트 1대만 있을 뿐 다른 시설은 전무하다. 어쩔 수 없이 교통약자들은 좁고 긴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필통

1988년 만들어진 진주중앙지하상가는 2017년 무려 65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고 한다. 그 많은 돈을 쏟아 붓고도 교통약자들 즉 노인, 임산부, 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리프트를 이용하더라도 다리가 불편하신 어르신과 경증 장애인은 어떻게 오르내리란 것인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더구나 우리 진주시는 어딜 가나 무장애도시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도시인데 조금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올해 초 뉴스를 통해 진주 지하상가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대체 그 엘리베이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일이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현재 서울시는 2020년까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에 12기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누구나 편리한 이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1역 1동선(교통 약자가 도움 없이 엘리베이터만으로 지상과 대합실, 승강장을 가는 것)을 실현하는 중이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배운다. 그러면서 교통 약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같이 가르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장소임에도, 국민의 세금 수십억이 들어감에도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하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다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반대의 모습이어서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하상가를 만나면 반갑지가 않다. 늦었지만 하루빨리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지하상가가 되었으면 한다.

/청소년기자 곽병규(진주고1)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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