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등 보수 일간지들은 연일 다른 나라들의 완전고용 도달을 선전하면서 한국만 고용절벽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실업률 3~4%로 거의 완전고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심지어 완전고용 촉구 국민청원도 제기가 되었다.

하지만 완전고용이 지금의 경제·사회문제를 푸는 진정한 답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경제성장의 신화와 더불어 완전고용은 진실을 가리는 측면이 있는데 거의 완전고용을 달성했다는 미국 등 여러 나라도 여전히 수백만 명의 실업자들과 비정규 저임금노동자, 경쟁과 해고, 장시간 노동 등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나아가 전 지구적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에도 직면하고 있다.

<실업사회>의 저자 김만수 박사는 "그래도 실업률은 계속 늘어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노동생산성은 증대되고 자본의 규모가 확대되어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지 고용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그의 말과 4차 산업혁명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언제까지 불안정한 불균형의 경제를 숙명으로만 받아 안고 살아야 하는가. 지금부터라도 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국가가 신화처럼 신봉했던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이라는 도돌이표를 경제모델의 악보에서 지워야 한다고 본다.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경제질서를 우리 사회에 도입해야 한다. 일자리와 화폐소득의 미끼에 볼모로 붙잡힌 시민사회는 완전고용의 신화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시민사회는 영원히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노동의 보급소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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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민사회나 국가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길을 희망한다. 그 길은 끝없는 경제성장과 국가부채라는 올무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완전고용의 허구와 처방에서 벗어나 자유로 가는 길이다. 그 길은 우리가 그동안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던, 소외시켰던 경제모델에 눈을 돌리는 전환으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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