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헌 미흡 지적…최재호 회장 복귀로 도약 선언

무학이 부진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신경영 체제 전환과 완전히 새로운 무학을 선포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최재호 회장이 경영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지역시장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무학이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긴 가운데, 시장 점유율을 탈환하고 옛 영광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취향 변화에 지역 홀대론 더해져 = 현재 무학은 지역 경쟁사인 대선주조의 공세에 밀려 부산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안방인 경남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약진에 시장을 점차 뺏기고 있다.

시장 판도 변화는 현장에서 두드러졌다. 진주에서 주류 도매업을 하는 김모(33·진주시 초전동) 씨는 "과거에는 소주 100상자를 트럭에 싣고 나가면 90상자 이상 좋은데이가 차지했고 나머지가 참이슬이었는데 지금은 역전됐다. 참이슬과 좋은데이가 8대 2 비율로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매장 역시 제품 선호도 변화가 뚜렷하다.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에서 통술 집을 운영하는 김모(59) 씨는 "지난해는 좋은데이 1상자 주문하면 일주일 동안 다 못 팔기도 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참이슬, 대선 등 타사 제품 소비량이 늘어난 이유로는 취향의 변화가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취향과 선택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각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역 제품을 우선시하는 인식이 무너진 점도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지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소비되지 않던 참이슬이나 대선 등이 새롭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새롭게 느껴졌을' 시기가 무학의 수도권 진출 시기와 겹친다는 것이다. 무학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2015년 이후부터 안방인 경남에서 지역 홀대론이 대두했다.

지난해부터 참이슬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김모(36·창원시 도계동) 씨는 "무학이 지역에서 돈을 벌었지만, 그만큼 지역에 투자나 관련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 후로 지역소주 좋은데이를 마셔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꼈다"라고 말했다.

최근 참이슬로 갈아 탄 권모(44·창원시 회원동) 씨는 "우리 고장 술이라는 자부심으로 좋은데이만 이용했다. 하지만 무학이 전국 단위로 홍보를 시작하면서, 지역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역 축제 등 행사에서 후원 물품을 잘 찾아볼 수도 없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부산 이어 경남마저 흔들 = 무학은 2006년 국내 최초 17도 미만 저도 소주 '좋은데이'를 선보이며 부산 시장을 접수했다. 여세를 몰아 2015년부터 수도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학 매출액은 2015년 2957억 원 수준에서 2016년 2701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2505억 원으로 감소했다. 2년 전인 2015년에 비하면 15.30%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도 2015년 657억 원에서 지난해 287억 원으로 급감했다. 2년 사이 영업이익이 반토막 (56.28%) 났다. 반면 연간 사용한 판매관리비는 2015년 716억 원에서 2016년 768억 원, 2017년 850억 원으로 매년 늘었다.

주력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무학이 수도권에 집중하는 사이 한때 80~90% 점유율을 자랑했던 경남·부산지역은 경쟁사의 추격에 밀리기 시작했다.

부산지역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초 75%에서 연말 50% 아래로 하락했다. 부산 향토소주기업 대선주조가 부활하면서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안방인 경남에서도 위상이 흔들렸다. 하이트진로의 비수도권 영업 확대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이트진로의 경남 점유율은 지난 2016년 말 6% 수준에서 지난해 말 기준 10% 초반으로 상승했다.

부산·경남 시장 판매량 방어를 위한 비용 지출과 수도권 시장 영업력 확대에 따른 판촉 활동 등이 수익성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뒤따르는 이유다.

지난 2월 창원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지역생산품 무학 애용 캠페인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지역 밀착 강화 = 무학은 최근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지난 1일 창립 89주년을 기점으로 최재호 회장이 다시 지휘봉을 잡고 2020년 전국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역 투자에 인색하다', '사회 공헌활동이 부족하다' 등 지역 홀대론을 의식한 듯 지역공헌 실천과제도 함께 밝혔다. 영업이익의 15%를 사회공헌활동에 기부하고, 지역 주요 행사 지원과 찾아가는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봉사활동과 장학·문화사업을 지역에서 꾸준히 해왔다는 점도 내세웠다. 좋은데이나눔재단을 통해 소외계층 복지지원과 장애인·이주민 지역사회 참여를 위한 공헌사업을 펼쳤고,사랑나눔 실천 캠페인을 비롯해 이주민축제 맘프와 다문화 행복드림 한마당 행사 등을 후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룹 내 장애인표준사업장 무학위드를 설립하는 등 연간 매출의 3%에 달하는 80억 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해 왔다고 강조했다.

무학 이종수 사장은 "지금까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면서 하나씩 바로잡아가고 있다. 다행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줘서 그런지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인다"며 "100년 기업을 앞두고,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나눔활동을 진행하면서 지역 대표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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