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 가능한'예술인 '임의 규정'실태조사 당사자들 환영할까?
'결과물 중심'예술인 지정
상위법 따라 10%만 해당
복지혜택 사각지대 여전
실태조사 규정 한계 여실
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문
경남 2012년 마지막 조사
 

우려와 기대. '경상남도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조금 더 살을 붙이자면, 우려 입장은 "현장을 모르는 조례안"으로 정리되고, 기대 입장은 "늦게나마 운을 뗀 데 의미가 있다"로 압축됩니다.

지난 1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김경영(더불어민주당·비례) 도의원이 주최한 '경남예술인 복지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 토론회'를 다녀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려를 낳는 까닭은 무엇인지, 기대를 이끌어내는 내용은 무엇인지 조례안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예술인 복지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 토론회' 모습. /최환석 기자

◇조심스러운 첫발

조례안 첫인상은 '조심스러운 첫발'로 정리하겠습니다.

예술인 복지를 증진하려면 이들 현실을 파악하고(실태 조사), 근거(조례)에 따라 알맞은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경남은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가 없습니다. 예술인 복지 실태 조사도 2012년이 마지막입니다.

다른 광역 지자체가 이미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사업을 벌이는 마당에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실정입니다.

경남도는 도정 4개년 계획에서 '경남예술인 그라민 금고 설치' 등 예술인 복지 증진 관련 사업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를 추진하려면 조례가 있어야 하는 까닭에 운을 떼는 것이 무엇보다 급합니다.

'첫발'을 설명했으니, '조심스럽다'는 표현을 설명할 차례입니다.

◇제2조 '정의'

조례안 제2조는 복지 증진의 대상인 예술인이란 누구인지를 정의합니다.

"이 조례에서 '예술인'이란 경상남도에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예술인 복지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사람을 말한다."

조례안은 예술인 정의를 상위법인 '예술인 복지법'에 기댑니다. 다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예술인 복지법이 정의하는 '예술인'은 현실에서 큰 논란거리입니다. 예술인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만만치 않습니다.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술인으로 인정받는데, 이때 초점은 오롯이 결과물에 맞춰집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에 따라 예술인으로 인정되는 이들은 전체 예술인 추정 규모의 10%가량에 불과합니다. 애초에 법이 포용할 것이라 기대한 추정치에도 못 미칩니다.

여전히 많은 예술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인지라 예술인 복지법 정의를 따르는 조례도 같은 상황을 답습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아가 법률이 새로운 영역의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인까지 포용하지 못하리라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법에 기댄 조례 또한 실효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제4조 '증진계획의 수립·시행'과 제5조 '실태조사 등'

'증진계획의 수립과 시행'을 규정한 조례안 제4조는 강행규정입니다.

"도지사는 예술인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해마다 예술인복지증진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하여야 한다"고 끝나는 규정은 강제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조례가 제정되면 도지사는 '해마다' 증진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의무가 생깁니다.

반면 '실태조사'를 규정한 제5조는 임의규정입니다.

"도지사는 제4조의 증진계획을 수립·시행하기 위하여 예술인의 복지 실태 및 근로 실태의 조사를 실시하거나, 관계 기관 등에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말은 곧 당사자 의사에 따라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사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예술인 복지법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3년마다 실태 조사를 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으니, 도에서도 조례와 상위법에 따라 실태 조사를 벌일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2012년을 끝으로 조사를 한 차례도 벌이지 않았던 사례가 있는 까닭에 우려도 낳습니다.

실태 조사는 예술인 복지 증진 사업의 객관적인 자료가 됩니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예술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바탕이 됩니다.

◇제6조 '사업'과 제7조 '예술인복지증진위원회'

드디어 예술인 복지 증진 사업 근거가 나왔습니다. 조례안 제6조입니다. 안에 '예술인의 대출 지원 사업'을 명시한 것이 눈에 띕니다.

도에서 고민하는 그라민 금고 사업과 이어지는 규정입니다. 조례가 제정되면 도에서 추진할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조례안 제7조는 '예술인복지증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합니다. 위원회는 조례에 따른 증진계획, 사업, 법령과 제도 개선 등을 자문하고 심의하는 중요한 기구입니다.

제7조 제3항은 위원회 역할을 '경상남도 문화예술진흥 조례'에 따라 설치된 경상남도 문화예술진흥위원회가 대행하도록 규정합니다.

◇조심스럽다는 까닭

이번 조례안을 '조심스럽다'고 설명한 까닭은 예술인 복지법이나 다른 지자체 조례에 비해 크게 도드라지는 점이 없어서입니다.

토론회를 찾은 이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제2조와 관련해서는 "예술인 복지법 예술인 정의를 바탕으로 경남도만의 기준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조례 제7조에서 규정하는 예술인복지증진위원회에서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예술인 인정을 받지 못하는 예술인을 따로 심의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었습니다.

최대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예술인이 없도록 정의를 넓게 규정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큰 틀에서 예술인 복지법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예술인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이들을 '종사의 개념'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제7조도 한 차례 지적을 받았습니다. 문화예술진흥위원회는 '복지'를 포괄하기에는 그 역할이 다르다는 까닭입니다. 지적을 한 안일규 씨는 "제7조 제3항을 보류하거나, 삭제하면 어떻겠냐"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 조례에 근거해 예술인 복지센터가 마련된다면, 예술인 복지법에서 규정하는 불공정행위나 표준계약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기능을 보강하는 규정을 따로 두었으면 한다는 의견, 조례에 따라 도지사가 증진 계획을 수립하면 도의회에 보고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경영 의원은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조정할 내용이 있는지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한 예술인과 도민들도 이 기회에 조례안을 보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예술인의 복지 증진은 곧 도민의 행복한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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