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생크림·탈지분유 등 유제품값 '들썩들썩'
"고객은 가격에 민감…마진 축소 감수할 수밖에"

우윳값이 잇따라 오르면서 우유와 버터 등 유제품 사용 비율이 높은 제빵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에 이어 원유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소규모로 운영하는 동네 빵집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으로 마음대로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재료 단가를 업주가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우유제품 가격을 차례로 평균 4.5%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지난 8월 흰 우유를 ℓ당 90원(3.6% 인상) 올렸다. 우유제품 인상은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우유업계의 우윳값 인상은 낙농진흥회가 지난 7월 원유 수매 가격을 ℓ당 4원 오른 926원으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수매가격은 낙농진흥회가 각 농가로부터 사들이는 가격이다. 수매 가격이 오르면, 완제품 우유의 소비자 가격도 자연스레 오르게 된다. 이에 서울우유, 남양유업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윳값 인상은 우유를 주원료로 하는 커피, 과자 등 관련 식품업계 전반의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생크림, 버터 등 유제품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커 이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업계의 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동네빵집 사정은 이와 다르다.

우윳값 등 재룟값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야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프랜차이즈 점포에 밀려 기존 고객마저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창원시 진해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44) 씨는 "10년간 빵을 만들면서 지금처럼 힘든 적이 없는 것 같다. 매출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인건비에 재룟값까지 오르게 되면 가게를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재룟값이 오른다고 해서 빵값을 바로 올리지 못한다고 씁쓸해했다.

김 씨는 "하루에 들어가는 우유만 5~6ℓ 정도로, 한 달 평균 200ℓ 가까이 사용된다. 버터·생크림 등의 다른 유제품 가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며 "동네 장사하면서 100원 올리면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진을 떠안는 한이 있어도 빵값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고 했다.

인근 동네 빵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년 전 가게를 열었다는 황모(48) 씨는 "대형 빵집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우윳값을 비롯해 채소, 밀가루 등 각종 재룟값이 인상되고 있지만, 빵값을 올리게 되면 프랜차이즈 빵집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혁기 대한제과협회 경남도지회장은 "우윳값 하나 오른다고 얼마나 영향을 받겠느냐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우윳값이 오르면 이를 가공해서 만드는 마가린, 버터, 생크림, 탈지분유 등 다른 부재료도 함께 가격이 뛴다. 이를 주재료로 만드는 제빵 업계의 타격이 크다"며 "5년 전만 해도 제과협회 경남지회 회원으로 가입된 업체가 600개였는데 현재 40% 정도 줄었다. 일반 동네 빵집은 계속 문을 닫고 있다. 대부분 카페를 겸한 휴게 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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