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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과 공동체 회복] (1) 10여 년 재개발의 실패

내집 내줘도 새집은 그림의 떡…원주민을 '난민'만드는 재개발
주거환경 개선 명분으로 창원 곳곳에서 사업 추진
보상금 적고 분양가 비싸 입주 포기하는 주민 속출
"오랜 보금자리·터전 두고 왜 이렇게 쫓겨나야 하나"

2018년 11월 05일(월)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지난 2003~2008년 통합 창원시 이전부터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시작됐다. 재개발은 표면적으로 '민간 주도' 사업이다. 주민이 나서서 낡은 도시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인데, 실상은 대규모 아파트를 짓고 있다. 이 과정에서 '헌 집 주면 새집 준다'는 말에 속았다는 주민들의 푸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노인들은 보상만으로 3.3㎡당 800만~1100만 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어 말 그대로 쫓겨나야 할 처지다.

▲ 또 다른 재개발구역에서 강제집행을 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갈등 = 특히 오래된 단독주택가가 많은 마산지역은 오랫동안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많은 갈등이 이어졌고, 뒷돈이 오가는 범죄가 터지기도 했다.

갈등은 대부분 턱없이 부족한 보상가 때문이었다. 재개발정비사업구역 주민은 사업에 따른 건물·토지 등을 보상받고, 이 돈으로 아파트 분양을 받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 그러나 보상가는 개발이익을 배제한 것이고, 보통 10여 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건물 노후에 따른 감가분에 따라 공시지가와 비슷하다.

마산회원구 회원1·2·3, 합성1·2, 회원5 등 구역에서는 2008~2017년까지 재개발 반대 집회가 수없이 열렸다. 마산합포구 반월구역은 조합 설립과정에서 인감도장 위조 흔적이 드러나 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기도 했다.

2015년 10~12월 창원지방법원에서 재개발·재건축 관련 뇌물수수 사건 판결이 있었는데, 조합장·공무원·분양가심사위원·도시정비업자·철거업자 등이 뇌물을 주거나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10월 회원2구역 임원과 철거업체·정비업체 대표 등 4명이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입건됐다. 2018년 7월에는 회원1재개발정비사업구역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상 합의금 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입건됐다.

▲ 헌 집 주면 새집 얻는다 던 재개발사업의 장밋빛 구호는 이제 빛바랜 옛말이 됐다.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마산 한 재개발구역에 주인 잃은 꽃이 활짝 폈다. /경남도민일보 DB

◇삶의 터전서 쫓겨나는 주민들 = 주민들은 재개발로 갈 곳을 잃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2010년 내놓은 <주택재개발사업 시 원주민 재정착 문제와 대안> 보고서는 "높은 주거비부담으로 기존 저소득층, 특히 세입자는 사업지구에 다시 입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지역 사정과 시기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창원에서 나오는 우려 목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원시 회원2구역 '할매'들은 25년 전 십시일반으로 매입한 경로당을 잃었다. 성신경로당은 많을 땐 13여 명, 적어도 5~6명이 모여 '사랑방'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개발로 주변이 모두 철거되면서 경로당마저 잃게 됐다.

문제는 보상이 아니라 40년 지기 노인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자식들을 따라 석전동, 구암동, 회성동 등으로 이사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손필선(87) 씨는 "보상은 필요 없고, 우리끼리 오순도순 지낼 수 있도록 컨테이너라도 하나 내주면 좋겠다"고 했었다.

▲ 재개발구역 주민 집회. /경남도민일보 DB

지난해 12월 회원1구역 마지막 현금청산자 유정선·이정언 씨는 법원 집행관에게 "우리는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쫓겨나야 하나"라고 울부짖었다. 30년이 넘게 살아온 2층 집이었다. 가게 2개를 임대해 70대 노부부가 월세 110만 원을 받고 살던 곳이었다. 15년 전 '평생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고 리모델링을 했었다. 시세는 6억 원대인데 보상가는 3억 9000만 원이었다. 20년 가까이 이 건물 1층에서 식당·세탁소를 하던 세입자도 앞서 6개월 전 다른 곳으로 옮겨야했다.

2015년 11월 합성1구역에서 살았던 안모(69) 씨는 집앞 골목에 시너를 뿌리고 강제철거를 하러온 집행관과 대치했다. 실랑이 끝에 안 씨는 결국 집행관의 설득으로 짐을 쌌다. 그 집은 안 씨가 27년 동안 살았던 곳이다.

회원5구역 건물소유자 최저 보상가는 한 가구 약 5000만 원이다. 이 구역 홀몸 노인들은 주변에 마땅히 이사할 곳도 없다. 길 건너 아랫동네 회원1·2·3구역 모두 재개발로 철거가 됐거나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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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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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사회부 김희곤입니다. 창원지역 다양한 제보받습니다. 010-4037-1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