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
세금 쓰는 연수…허술한 심사부터 문제
의원끼리 '셀프심사'관행적…요식행위 그쳐 보고서도 부실…의원 실천 의지·제도개선 필요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지방의회가 새로 구성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돕니다. 기존 일당이 독점하던 지방의회 체제가 무너지고, 초선 의원이 대거 의회로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지금이 지방의회와 의원이 변화할 적기라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와 함께 공동기획 '지방의회, 이제는 바꾸자'를 다섯 차례 연재합니다. 지방의회와 의원이 주민을 대표하는 역할과 기능에 더 충실하고, 열린 의회를 지향하는 '경남형 의회 혁신'을 기대해 봅니다.

◇여행인가, 연수인가? = 올해도 빠지지 않고 의원 국외연수가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 국외연수는 처음부터 실패를 안고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의회마다 국외연수와 관련한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조례가 아닌 규정과 규칙만 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의회(연수)와 진주시의회(연수 및 출장), 산청군의회(출장)를 제외하고는 모든 의회가 '여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명칭부터 연수로 바꾸고, 나아가 규정과 규칙이 아닌 조례로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된 연수를 위해서는 심사기준을 엄격히 하는 동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경남도의회, 사천시의회, 양산시의회, 고성군의회, 의령군의회, 창녕군의회는 연수 필요성, 연수기관과 기간의 타당성, 연수인원 적합성과 연수경비 적정성 등을 심사한다고 추상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나마 '공무국외여행 이외의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거나 단순 시찰·견학·현장체험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외여행은 억제한다' 고 명시하는 등 여행의 필요성, 방문국(기관)의 타당성 등을 보다 분명하게 규정한 곳은 창원·진주·김해·거제·밀양·통영·거창·남해·산청·하동·함안·함양·합천군의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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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의회 외부 전경. /김구연 기자 sajin@domin.com

◇셀프심사 논란…계획서 제출도 '요식행위' = 지방의회마다 국외연수를 심사하고자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9명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하지만, 통영시의회를 제외하고는 도내 모든 의회가 연수 당사자인 지방의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셀프심사' 논란이 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장도 일부 의회가 위원 중 호선으로 선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의회운영위원장 또는 부의장이 당연직 위원장이 된다. 국외연수 심의 자체에 대한 신뢰와 객관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또한, 심사도 사전 심사가 아닌 승인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서면심사가 부실 연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내 의회 국외여행 관련 규정(규칙)을 모두 확인했더니, 대다수 의회가 출국 15일 전까지 연수계획서를 심사위원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출국 15일 전이면 여행일정, 항공사 예약, 방문국가(기관 포함), 방문국가 내 일정 등 여행과 관련한 모든 것이 확정된 상태다. 심사를 통해 개선을 요구하더라도 바꾸기는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대면 심사를 원칙으로 하고, 여행계획서를 두 차례에 걸쳐 꼼꼼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연수목적과 기본계획 등을 60일 전에 미리 심사를 해 1차로 지적된 사항을 반영해 30일 전 실행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는 방안이다. 이 밖에도 심사위 회의에는 의회 사무국 직원이 아닌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나 의원 당사자가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수를 다녀온 뒤 '부실 보고서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대부분 의회가 15일 이내 연수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 탓에 연수 보고서를 공무원이 작성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따라서 보고서 제출 기간을 30일 이내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도 평가보고회를 의무적으로 열어 사후 검증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외연수도 의정활동 =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의원 국외연수 논란을 잠재우려면 의원 스스로 실천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조 사무처장은 "국외연수에 대한 비판과 일부 침소봉대에 의원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지방의회는 제도와 환경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의회에 대한 신뢰 또한 낮다"며 "의회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제도, 환경의 개선과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원 스스로 노력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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