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반복돼야"기업 만들어 발전하는 커뮤니티
주거시설 개선 국한하지 않고
의료·직업교육시설 등 마련해
사회·경제·문화적 재생 추구

한때 인구 50만 명을 훌쩍 넘겼던 마산은 1980~1990년대가 최대 부흥기였다. 당시 마산 창동·오동동은 경남의 경기를 가늠하게 하는 중심상권이었다. 하지만 한일합섬이 문을 닫고, 마산자유무역지역 쇠퇴 등과 함께 도시도 쇠락했다. 특히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도심은 공동화되고 오래된 주택가는 슬럼화했다.

그러면서 재개발사업 등을 포함한 마산의 도시재생 필요성이 떠올랐다. 2008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주관한 '첨단도시개발사업' 과제로 수행된 <마산시 도심쇠퇴현상분석과 도시재생방향설정에 관한 연구> 논문은 "마산지역 전체 슬럼화와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문화적 이미지 구축을 위해 소프트웨어적 프로그램 개발이 가장 요구되며, 대규모 개발보다는 기존 토지 이용이 유지·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문화 공간 조성 등 커뮤니티 도시재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2003~2008년 시작된 마산지역 재개발사업은 대규모 아파트만 짓는 방향이다. 공동주택 개발만으로 도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은 여러 사례에서 입증됐다.

◇영국 캐슬베일

영국은 2차 세계대전(1939~1945년)과 1970년대 오일쇼크, 1980년대 경제 불황으로 슬럼화하는 지역이 생겼다. 영국 중부 버밍엄시의 작은 마을 캐슬베일(Castle Vale)도 공동화현상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였다. 영국 정부는 1970~1980년대 캐슬베일에 비교적 경제력이 약한 주민을 위해 공동주택 32채를 만들어 제공했지만 만족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공동체에 대한 투자와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 캐슬베일 주민공동체가 1996년 정부 설립 아파트를 허물고 난 뒤 모습. /공동기획취재단

캐슬베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를 만들던 곳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투기 이·착륙지와 공장 등은 쓸모없는 곳으로 변했고, 이어진 오일쇼크와 불경기까지 더해져 캐슬베일은 슬럼가로 전락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10층짜리 공동주택(아파트) 32채를 만들어 주민들이 살도록 했다. 당장 시설은 좋아졌지만, 교육·범죄·실업률 등은 개선되지 않으면서 빈민만 모아놓은 꼴이 되자 오히려 '살기 싫은 동네'가 돼버렸다.

캐슬베일 주민들은 1993년 주거행동연합(HAT·Housing Action Trust)을 꾸리고 도시를 바꾸고자 했다. 먼저 도심 아파트 30채를 허물었다. 이어 아파트를 허문 마을 중심부에 의료시설과 쇼핑센터를 세웠고, 학생들의 직업교육 공간 등을 마련했다. 핵심은 건설이 아니라 '사회 재생'이었다. HAT 프로그램으로 3415명이 기술 숙련·교육 등을 받았고 지역 실업률은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노후주택 1500채를 개선했고, 새로 만들어진 집도 1200채에 달했다.

▲ 주민들이 주택 리모델링 등을 상담하는 캐슬베일 커뮤니티 하우징 센터. /공동기획취재단

캐슬베일은 HAT에 이어 파이어니어(Pioneer) 그룹을 만들고 세 번째 도시재생(2018~2030년)을 기획하고 있다. 이 그룹은 우리나라 사회적기업과 비슷하다. 캐슬베일에는 정부 기금으로 마련된 공동주택·축구장·수영장·공원 등이 있고 앞으로 그룹이 이를 운영·유지·관리하고자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

2022년이 되면 정부가 지원한 기금은 소진된다. 그래서 펀드레이저(Fundrazer·모금활동가)를 두고 정부와 기업 등의 다양한 공모사업을 통해 기금을 유치하고 있다. 아이퍼 존스(Ifor Jones) 그룹 관계자는 "유토피아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도시재생으로 계속해서 변화를 주고, 이것이 끊임없이 반복·순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시작 살펴보니

결국, 도시재생 첫 단추는 주민이 주도하는 공동체 형성이 돼야 한다. 영국의 한 공동체는 '이웃과 관계'를 핵심으로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영국 브릭스톤에 있는 사회적기업 '리메이커리'는 재활용을 매개로 2012년 말 출발했다. 브릭스톤도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힌다. 시작은 전역 군인 테리 노르만(Terry Norman) 씨였다. 30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한 그는 전역 후 사회 적응이 힘들고 외로웠다고 했다.

테리 씨는 의료공단(NHS)과 구청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도시 나무제작소(City woodworks)'를 만들었다. 건축이 발달한 영국에서 철거로 인한 각종 쓰레기는 넘쳐났고, 나무를 재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고 인식이 변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 만들기였다.

테리 씨는 "나이 든 남성, 특히 배우자를 잃은 남성이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처음에는 나와 비슷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했고, 이후 청소년 등 어린 친구들까지 공동체 활동을 함께하려 했고 지금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목공 기술을 배우려거나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고 말했다.

제니 비커스테스(Janie Bickersteth) 씨는 이웃과 좋은 먹거리를 나누고자 '램버스의 믿을 수 없는 식료품'이란 뜻인 단체 'Iincredible edible lambeth'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런던 북부의 작은 마을 톰던에서 도심 내 작은 빈 공간을 활용해 토마토를 재배해 이웃에게 나눠주면서 출발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5만 8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 런던 브릭스톤 주민 공동체인 '리메이커리' 사물도서관(Library of Things)의 행사 모습. /Library of Things

레베카 트레블리안(Rebecca Trevalyan) 씨는 서로 필요한 것을 공유하고자 2014년 '사물도서관(Library of Things)'을 만들었다. 사물도서관은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하고 공유하는 단체다.

리메이커리에는 이 같은 커뮤니티 5개가 형성돼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변화를 이끌어야 달라질 수 있다"며 "지역 주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사회프로그램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집에 갇힌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동체가 결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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