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여론에 부딪힌 껍데기 매립 계획
설명회서 나온 주민 의견 귀 기울여야

며칠 전 한 주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용남면 지역 도로변에 온통 굴 껍데기를 흩어놓아 악취에다 통행불편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후 다시 전화를 한 이 주민은 한 번 더 얘기해 보고 해결 안 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맘때 통영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수산물을 꼽으라면 굴을 들 수 있다. 전국 생산량의 70%가 통영에서 나온다. 특히 통영 청정바다에서 생산되는 굴은 FDA(미국 식품의약청)가 인정하는 식품이어서 해외수출도 활발해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좋은 먹거리다. 올해도 지난달 18일 용남면 굴수협 위판장에서 2019년산 생굴 초매식이 열렸다. 이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굴을 생산해 내년 6월까지 이어지는데, 박신장(생굴을 까는 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쏠쏠한 소득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굴을 많이 생산한다는 것이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다. 바로 굴 껍데기 처리문제다. 알 생산량보다 몇십 배 많은 굴패각은 폐기물로 지역의 오랜 골칫거리다. 더구나 용남면은 박신장 70%가 밀집해 통영 앞바다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굴 껍데기는 이 지역에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시는 굴패각 전용 처리시설지를 확보하고자 용남면 장평지구 공유수면 매립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용남면주민센터에서 열었다. 시는 용남면 인근 해상 17만 2176㎡를 매립해 굴패각을 처리함으로써 연안 환경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꼭 용남지역 매립만이 답인가? 정부가 대책없이 퍼내기만 해 황폐화한 EEZ(배타적 경제수역) 모래채취장에 모래처럼 파쇄한 굴패각을 처리하면 되지 않나?" "굴 양식업자 고민 해결하자고 황금어장 매립하고 마을 주민들은 피해를 봐야하나?" "굴 패각 처리에도 원인자부담을 지워야 한다. 양식장에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 처리도 고스란히 마을 주민 몫이다."

주민설명회를 보면서 나도 '매립만이 답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굴패각으로 건축자재나 보도블록 등 여러 가지 상품을 개발했지만 가격경쟁력에서 밀렸다는 공무원 얘기에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해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선행요건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EEZ 모래채취장으로 보내 처리하는 방법도 좋았다.

물론 "현재로선 매립밖에 해결책이 없다"는 담당공무원 답변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당장 굴패각으로 말미암은 민원은 늘어가고 이것저것 검토 끝에 공유수면 매립계획을 세웠으리라 짐작한다. 그럼에도, 전용 처리장을 통해 수십 년 동안 통영에서 발생하는 잉여 굴패각을 처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게 최선'이라는 자세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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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굴패각 처리에 가장 민감할 지자체는 통영시다. 정부를 설득하든, 굴 사업자를 압박하든, 관련 법이나 조례를 만드는 것도 시가 선도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이날 설명회에서 나온 이야기에 시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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