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구인모 거창군수는 거창구치소 신축사업 원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이어진 거창구치소 신축을 두고 이젠 어떤 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치소 유치문제는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게 사실이다.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이 혐오시설에 반감을 드러내는 님비현상을 두고 지역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기는 곤란하다. 거창구치소 갈등은 국책사업 선정 당시 지역에서 발생한 현안을 지자체의 재정 부족을 핑계로 문제를 대충 해결하려고 한 '땜질식' 행정 결정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사정이 이러니 국책사업 선정에만 몰두한 지자체는 지역주민들에게 처음부터 구치소 건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당시 담당부처인 법무부 역시 '법조타운 건설'이라는 달콤한 말로 현혹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무시된 사정이 있다. 그러함에도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기초지자체에서 지역개발을 할 기회를 잡기 위해 국책사업 선정에 목을 매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한다.

흔히들 선출직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중앙정부가 돈을 무기로 악마의 달콤한 유혹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있다면 잡고 싶다는 의견을 곧잘 피력하곤 한다. 그만큼 지방 기초지자체가 놓인 재정적 처지는 곤궁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선출직 단체장들이 이런 의견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여론·합의 과정을 무시하고 생략할 경우 지역사회가 갈라지면서 그 생채기는 고스란히 그 지역이 안아야 하는 불행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해결이라는 결과에 도달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 수밖에 없다.

거창구치소 갈등을 회피하면서 당장 답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투입된 316억 원의 매몰 비용을 모르쇠 하듯 팽개칠 수도 없지만 반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중앙정부 조정과 주민투표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찾는 데 목을 매기보다는 거창군·군의회·지역시민단체·주민들이 당장 답은 아니더라도 공론의 과정부터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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