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정치 실종'의회 10곳 무기명 투표 여전
국회에선 찬반 의원명단 공개
전자투표기 사놓고도 쓰지않아
의회 투명성·책임감 강화 필요

칭찬보단 욕먹는 일이 많은 국회와 지방의회. 처지는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찬성표와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누군지 알 수 있다. 국회 홈페이지에는 '본회의 표결정보' 코너가 있다.

안건별 회의록을 봐도 찬반 의원명단 기록이 남아있다. 반면, 지방의회는 '그때그때' 다르다. 알 수 없을 때가 잦다.

◇지방의회는 무기명·무기록 투표 = 지방의회는 주민 대표기관이다. 지역 교육, 복지, 생활환경 등 주민에게 영향을 주는 안건들을 처리한다. 그런데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표결방법 규정을 각 지방의회 회의규칙에 일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의회가 안건을 무기명 투표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찬반결과(찬반 표결수)만을 공개하거나, 기명투표를 하더라도 회의록에 찬반의원 이름을 표기하지 않는다.

앞다투어 열린 의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입법과정과 의정활동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의정활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가 도내 지방의회 '회의규칙'을 살펴보고,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자료를 보면 전자투표기를 도입한 의회는 경남도의회, 창원·진주·거제·양산·사천·김해·고성·산청군의회 등 9개 의회로 나타났다. 다만, 김해시의회는 전자투표기 시스템 문제로 기명투표 때만 사용하고 있고, 양산시의회는 이번 의회 때부터 도입했다.

하지만, 전자투표를 통한 표결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의회 중 일부는 무기명 투표를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고성군의회와 산청군의회는 세금을 들여 전자투표기를 도입해놓고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 대다수 의회는 기립·거수방식 표결방법 등을 채택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지 않으면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표현한 의원이 누군지 알 수 없는 '무기록 투표'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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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창원시의회 = 창원시의회 회의규칙 제48조(표결방법)를 보면 ①항에는 '표결할 때에는 전자투표기를 이용하여 가부를 결정한다' ②항에는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거수·기립 또는 기명·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표결 처리한 의안 관련 회의록을 보면, 의장이 '표결방법은 창원시의회 회의규칙 제48조 제1항에 따라 전자투표기기를 이용하여 가부를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도 표결이 끝나면 '재석의원 ○○명 중 찬성 ○○명, 반대 ○○명, 기권 ○명으로 가결(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나온다.

①항은 사실상 무기명 투표이고, 회의록에도 찬반의원 이름이 기록되지 않는다. 민선 6기 창원시의회 무기명 투표 사례가 모두 이런 식으로 처리된 것에서 미루어 볼 때 전자투표기를 이용한 무기명 투표를 관례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남도의회 제46조(표결방법) ①항은 '표결할 때에는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표결로 가부를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기명·기록투표를 분명히 밝혀놓은 것이다.

◇표결 실명제 도입해야 =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 중에는 시·도의회 의장에 의회 사무직원 임용권 부여, 지방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제도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지방의회 역할과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투명성과 책임성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유묵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회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표결 실명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무처장은 "지방의회도 국회와 같이 전자투표기를 도입하고, 의원들의 투표결과는 회의록 등을 통해 공개하는 표결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우선 어떤 표결방법을 이용하든 기명·기록투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특히 예산안, 조례안, 결의안, 동의안을 찬성했거나 반대한 의원이 누군지를 아는 것은 주민의 권리이며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가능케 하는 기본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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