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2차 공판 공방 '팽팽'
김 지사 대통령 보고 의혹 부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씨 측이 2016년 11월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 여부를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킹크랩을 개발·운영한 '둘리' 우모 씨는 드루킹 지시에 따라 경기도 파주 근거지에서 당시 김경수 의원을 상대로 킹크랩을 구동했다고 주장했다.

우 씨는 "김 지사가 'ㄷ'자 모양으로 배치된 책상의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며 "김 지사 앞 테이블에 핸드전화를 놓고 버튼을 눌러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증언했다.

우 씨는 또 "김동원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해 허락을 구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인 걸 기억한다"며 "김 지사가 파주 사무실을 다녀간 뒤 킹크랩을 본격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 변호인은 우 씨 증언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변호인은 "우 씨는 조사 초기엔 '시연을 마친 뒤 휴대전화를 들고 나갔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휴대전화를 두고 나왔다'고 바꿨다. 정확한 기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이어 "증인이 내려놓은 휴대전화에 대해 김동원이 별도 설명도 하지 않고 '개발해도 되겠냐', '승낙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고 추궁했다.

변호인은 또 우 씨와 드루킹 등이 경찰 수사 시작 전은 물론 구속 이후에도 공동 변호인 접견을 통해 진술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우 씨는 "수사를 받기 전에는 어떤 식으로 진술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도 구속 이후 말맞추기 의혹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변호인은 우 씨가 작성한 노트를 제시하며 "여길 보면 '킹크랩 개발 2016년 9월', '1차 완성 2017년 1월' 이런 식으로 쓰여 있다"며 "이거는 드루킹 측 변호사를 통해 들은 것을 적은 게 아니냐. 드루킹 노트와 내용이 같다. 우연의 일치냐"고 거듭 물었다.

김경수 지사는 재판 출석 전후 기자들과 만나 "증인 신문이 진행될수록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들끼리도 엇갈리는 진술을 하고 있어서 보는 분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관련 증거 등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대선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루킹에 대해 보고를 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라고 부인했다.

지난달 29일 첫 재판에서 드루킹 측 한 증인은 "김 지사가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에 대해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보고했고 후보가 드루킹이란 닉네임을 알고 있다"는 내용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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