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혁신' 이해 제각각인 공무원 조직
변화 주도해야 할 사회적위치 잊지 말길

20여 년 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 원론 수업을 들을 당시,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만큼이나 자주 들었던 내용은 기자 개인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뉴스 밸류 역시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회를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불편부당한 인식론적 접근을 해야 하는 게 기자로서의 당위적 자세라고 한다면, 실제로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걸 밝혀주는 대목이었던 듯싶다.

경제 구조가 계급화로 고착화되는 가운데 기자들이 중산층화되면서, 경제적 하층민과 서민의 시선이 아닌 자신이 속한 계급의 시선이 미디어에 우선 반영된다는 지적이었다.

경제적 하층민과 서민의 시선이 무조건 옳고 중산층과 상류층의 계급적 이해관계가 그르다는 차원이 아니다. 당대의 사회적 가치와 민감하게 조응하면서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야 함에도 개인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매몰돼 자칫 '우물 안 개구리'의 논평을 남발할 수 있음을 경계하자는 측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최근 공무원들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쟁취하면서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몸과 마음을 바치는 일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이야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진입 가능한 계층이 된 지 오래다. 영욕의 역사라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으나, 또 한편으로는 공무원에 대한 이런 인식 또한 여전하다. 고 김남주 시인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지은 작품이니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50∼60년대 세태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는 내가 커서 어서 어서 커서/면서기 군서기가 되어 주기를 바랬다/손에 흙 안묻히고 뺑돌이 의자에 앉아/펜대만 까닥까닥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랬다"('아버지' 중)

물론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고 가당치도 않은 장면이다. 민간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 서울 아닌 지역일수록 공무원은 그 사회의 엘리트로 자리 잡았다. 내부 이견을 조율하면서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하는 위치다.

경남의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경남도청 직원들이 요즘 김경수 지사가 천명한 '도정 혁신' 때문에 술렁이고 있다는 말이 많다.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반감과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어우러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하는 이들도 있는 줄 안다. 그러나 혁신의 방향이 옳은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이며, 갑자기 4·5·6급 정무직이 우르르 몰려드니 '어!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야 왜 또 없을까?

아무튼, 지금 도청 내부에는 정무직과 직업 공무원들 간 보이지 않는 벽이 놓여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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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엘리트'들이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다. 도청이 한 번 술렁이면 도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거친 파도 앞에 내쳐진다는 걸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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