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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부부의 부탄여행] (하)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몸의 눈보단마음의 눈에귀 기울이기
국민총행복 개념 정책에 도입
국가가 교육·의료비 전액 부담
"일시적 감정보단 평정심 유지"

2018년 11월 23일(금)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지난 기사에서 창원에 사는 노순천(37), 이노우에 리에(33) 부부가 지난해 여름 부탄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부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 간 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구경을 하면서도 계속해 무엇이 행복인가라는 물음을 놓지 않고 부탄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직접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이해한 부탄 사람들의 행복론을 들어볼까요.

▲ 부탄 아이들과 노는 리에(오른쪽) 씨. 부탄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교육, 의료, 취업 걱정이 없는 세상에서 산다. /노순천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사람들

부탄 헌법에는 산림의 70% 이상을 녹지로 보호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탄이 히말라야 산 속에 있는 나라잖아요. 국토를 거의 손대지 않는 거죠. 그래서 아무래도 현대 문명이 발전한 나라에서 살던 사람이 부탄에 가면 모든 게 불편해집니다.

"도로가 대부분 산길인데, 터널을 뚫지 않으니까 되게 꼬불꼬불했어요. 지금도 곳곳에 공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산사태가 자주 나요. 그러면 도로가 끊겨요. 공사가 언제 끝날지도 몰라요. 다 고칠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기다려야 해요. 고속도로라 해도 일차로뿐이에요. 그냥 포장한 도로, 그게 고속도로예요." (리에)

"도로에 신호등이 아예 없어요. 한 번 설치했다가 철거했다 들었어요. 별로 필요 없다 싶었다네요." (순천)

이런 나라라서 마치 세상 물정을 모르고 사는 것 같지만, 순천·리에 부부가 보기엔 절대 그렇지 않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부탄은 뭔가 후진국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인터넷도 잘 안 되고. 근데 부탄 사람들 생각보다 많이 서양으로 돌아다니더라고요. 사람들이 다들 영어를 잘하더라고요." (순천)

▲ 부탄 아이들과 노는 노순천(오른쪽) 씨. /노순천

참고로 부탄 사람들의 일상 영어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1970년대 완성된 부탄의 영어교육은 회화가 중심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나라 국어에 해당하는 종카어 수업을 빼고 다른 과목은 다 영어로 가르친다고 합니다. 교사들도 대부분 영어권 국가에서 온 이들이고요.

"동네 아줌마들도 영어로 방송되는 BBC 뉴스 보면서 세계 돌아가는 정보를 접하더군요. 사실 한국은 영어 잘하는 사람 아니면 그런 것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 영어를 다 하니까 외국 뉴스나 잡지 같은 거를 볼 수 있는 거예요. 모를 줄 알았는데, 전 세계 소식을 잘 알더라고요. BBC 월드 보고 하니까." (순천)

세상 소식에 이렇게 열려 있으니 시대 변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요. 다만, 어떻게 그 변화를 수용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제가 보기엔 적당히 열어 주는 것 같아요. 국가에서 외국으로 유학도 보내주면서 한편으로 전통적인 거는 철저히 지켜내고 있었어요." (순천)

◇부탄 사람들의 행복론

부탄의 근대화 역사는 사실 우리와 비슷합니다. 1907년 영국의 티베트 침공을 도운 지방 영주의 아들 우겐 왕축이 영국의 도움을 받아 왕이 되면서, 영국을 모델로 근대화를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4대째 지그메 싱게 왕축(재위 1972~2006년) 왕부터 본격적으로 국민총생산이 아닌 국민총행복 개념을 도입합니다. 이때부터 모든 정책은 국민 행복을 위해 추진되지요.

그러니 부탄 사람들은 애초에 삶의 기본조건부터 다릅니다.

"삶의 출발선이 우리랑 달라요. 왜냐면 부탄 사람들은 대학까지 교육이 죄다 무료죠. 우리나라 건강보험 잘 돼 있지만, 부탄은 병원이 그냥 다 무료니까 아파도 병원비 걱정이 없어요. 우리는 취업 문제도 크잖아요. 그런데 부탄은 농업 국가니까 땅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3대 왕이 토지 개혁으로 국민에게 토지를 공평하게 나눠줬다고 합니다. 취업 안 해도 그냥 자기 땅에 농사지으면 돼요. 이렇게 현대적인 삶의 기본적 문제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다 해결돼 있어요. 여기서 시작하니까 일상적인 것이 아닌 더 높은 단계의 어떤 것, 그러니까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거죠." (순천)

그래서일까요, 이 부부가 보기에 부탄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그 개념차체가 우리랑 달랐습니다. 보통 행복이라고 하면 뭔가 기분이 좋고, 엔도르핀이 많아지고 고양되는 느낌이지요.

▲ 담담한 표정으로 걷는 부탄 사람들. /노순천

"우리는 예를 들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둘째 낳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이렇게 사회가 생각하는 성공을 이뤄야 행복하다고 보잖아요. 집 있고, 차 있고 결혼하고 애 놓고 이렇게 안 하면 불행하다,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하지만, 부탄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거라고 했어요. 좋을 때 좋고, 나쁠 때 나쁜 건 당연한 거다. 그런 때도 마음을 잔잔하게 만드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했어요." (리에)

"정신은 항상 맑게 깨어 있는 거, 그게 중요하다고 했어요. 그때 뭔가 약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우리 삶이 실제로 행복했다가도 슬펐다가 하잖아요. 그런 건 그냥 감정일 뿐이다. 그렇게 지나가는 것들을 계속 붙잡고 하다 보니까, 그게 지나갔을 때 불행하다고 느끼는 거죠." (순천)

아마도 부탄 사람들이 행복을 이렇게 생각하는 건 티베트 불교의 영향이 생활 깊게 스며든 덕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 국가 운영 자체가 국민 행복을 위한 기본 장치인 부탄과 지금 우리를 비교하는 것도 무리겠지요. 그렇지만, 부탄 속으로 한 번 푹 빠졌다 온 순천·리에 부부에게는 지금 행복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이 쑥쑥 자라고 있지 않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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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