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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맛] (15) 꼬막

알알이 정성이라 마음도 달달하네
어린이 성장에 영양 만점
철 함유 '헤모글로빈'많아
채취·손질 까다로운 음식
먹는 이에게 위로 전하는

2018년 11월 27일(화)
최환석 기자 che@idomin.com

미식가에게 겨울은 축복받은 계절이다. 왜냐고? 당장 시장에 나가보자. 제철 재료가 가득하다. 굴, 홍합, 바지락, 대게, 도미, 아귀 등 해산물 맛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최근 주변에서 심심찮게 과메기(꽁치)나 방어를 즐겼다며 SNS에 사진을 올린다. 과메기, 방어도 제철을 맞았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입맛을 다신다. 그러고는 이에 질쏘냐, 똑같이 과메기나 방어를 즐기고 사진을 올린다. 미식의 순환이다.

뭔가 어색한 말이지만, 추워서 겨울은 축복이다. 음식 재료가 쉽게 상할 일이 없어서다. 웬만큼 오래 두고 먹어도 맛이 적당히 유지된다. 그래서 특히 해산물을 즐기는 이들은 여름보다 겨울을 높게 친다. 꺼릴 것 없이 시시때때 먹을 수 있으니까.

▲ 삶은 꼬막에 양념장을 얹은 꼬막찜.

그중에 특히 눈길이 가는 제철 해산물이 있다. 바로 꼬막이다. 둥근 부채꼴에 도톰하게 생긴 앙증맞은 녀석이다.

꼬막은 맛도 맛이지만, 어린이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이 균형 맞게 있어서다. 철분과 무기질이 많아 빈혈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다. 꼬막류는 다른 조개류와는 달리 혈액에 철을 함유한 헤모글로빈이 있다.

물론 이 계절에 꼬막 말고도 다른 훌륭한 제철 재료는 많다. 그럼에도, 모두 제치고 꼬막을 소개하는 까닭이 따로 있다.

어릴 적 이모가 살던 삼천포에 종종 놀러 갔다. 오랜만에 보는 조카가 반가웠던 이모는 매번 상다리 부러지게 밥상을 냈다. 웬만하면 편식하지 않던 나였지만, 삼천포 이모 집에 가면 달라졌다. 이모가 곧잘 내던 꼬막 때문이었다. 이모는 잘 삶은 꼬막을 반으로 까서 그 위에 양념을 얹어 냈다. 도톰한 살과 쫄깃한 식감에 흠뻑 빠진 나는 항상 다른 반찬은 제치고 꼬막을 먹는 데만 혈안이었다.

시간이 지나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적잖이 마음이 쓰인다. 자그마한 꼬막 하나하나 껍데기를 발라, 일일이 양념을 올렸을 이모의 수고로움을 알아버려서다.

요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음식을 '힐링 푸드'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나의 힐링 푸드를 꼽으라면 겉을 바삭하게 잘 구운 고등어와 두부·호박 등을 듬성듬성 썰어 넣은 된장찌개, 그리고 이모가 내주던 꼬막이겠다. 맛도 좋지만, 그런 음식을 내어주는 가족의 따뜻한 마음이 잘 느껴져서다.

꼬막 하면 익히 떠오르는 전남 여자만 인근 지역에서는 꼬막을 벌어지지 않게 삶아야 잘 삶았다고 한단다. 특유의 꼬막 맛을 내는 피가 없어지면 맛이 덜하다는 까닭이다.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재료다.

다루는 일만 까다로울까. 꼬막 채취는 갯벌에서 이뤄진다. 널배라고 불리는 기다란 배 모양 도구에 체를 걸어 갯벌을 훑어야 비로소 꼬막을 얻는다. 발을 디뎌본 사람은 알겠지만, 갯벌에서 몸을 다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일은 다반사다. 널배에 다리 하나를 얹고, 다른 발로 추진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벅차다. 게다가 꼬막 제철은 몹시 춥기까지 하니, 칼바람 맞는 그 수고를 말로 다 할 수가 없겠다.

▲ 마산 어시장에 나와 있는 제철 맞은 꼬막.

마산 어시장에 기사에 쓸 꼬막 사진을 찍으러 나갔더니, 꼬막을 내놓고 파는 상인도 마찬가지로 고생이었다. 언 몸 화롯불에 녹여가며 꼬막을 파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자연스레 이모 얼굴이 떠올랐고, 갯벌에서 꼬막을 채취하고 있을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서 그려졌다.

잠깐 화제를 바꿔 피조개 이야기를 할까 한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 새꼬막, 피조개로 나뉜다. 피조개는 다른 꼬막과 달리 경남 특산물로 꼽힌다. 진해만을 비롯해 통영이나 거제 연안에 양식장이 쏠렸다.

한때 피조개 양식이 정점에 달했던 적이 있다. 수산물 수출 절반 가까이 피조개가 차지했다. 일본에서 초밥용으로 수요가 많았다고. 일본어로 피조개를 '아카가이'라고 부르는데, 진해 피조개는 '진까이'라고 부르며 특별히 대했다고 한다. 이어진 대량 폐사와 종패 부족으로 한때 이야기가 되었지만 말이다.

참고로 피조개는 지방이 매우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꼽힌다. 단백질, 레티놀, 베타카로틴, 비타민 등 풍부한 영양소 덕분에 산모에게 안성맞춤이다. 피조개가 품은 헤모글로빈 주성분 철은 쇠고기, 계란보다 5~6배나 높다. 더불어 피조개 살에 마그네슘 함량도 높아 생체 면역 체계에 도움을 준다.

집에서 모처럼 삶은 꼬막에 양념을 얹어 먹었다. 제철 맞은 꼬막은 살이 제대로 올라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입안 가득 꼬막 특유의 맛이 퍼지자, 고단했던 마음과 몸이 눈 녹듯 풀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접시에 꼬막 껍데기만 가득했다. 입맛을 다시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봄이 오기 전까지 질릴 정도로 꼬막을 먹어볼까 싶다. 더불어 꼬막과 인연이 있는 모든 이들의 노고를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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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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