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1)
딸에게 아쉬우면 자기를 찾다가
아쉬울 게 없으면 험담하고 따돌리는
괘씸한 아이 얘기를 들었어
친구가 늘 아쉬운 딸은 모질게 선을 긋지 못하더군.
아주 끙끙 앓았다고 했어.
이럴 때는 딸이 엄마만큼 강하고 단호하면 좋겠는데.
"너 친구가 되고 싶어 장난감이 되고 싶어?"
"친구요."
"필요할 때 찾고 필요 없을 때 홀대하면 그게 친구야, 장난감이야?"
"장난감이요."
"아빠는 예지가 누구에게나 좋은 친구가 되는 걸 바라지 누구 장난감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아."
잠깐 다부지게 바뀐 표정을 아내가 봤는지 모르겠어.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잘 대응하면 좋겠네.
그게 또 성장이고.
친구(2)
딸은 홀로 자라 외롭고 천성이 모질지 못한 데다
속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에
친구 관계가 늘 어려운 편이야.
친구 마음이 제 마음 같지 않고
제 마음이 또 친구 마음 같지 않겠지.
"아빠,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야?"
"너에게 잘해주는 친구가 아니라 네가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친구.
주저 없는 답에 놀랐을까?
뭐 나도 가끔 스스로 놀라니.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