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 결과
벤젠·6가 크롬·벤조a피렌 등
환경기준 등 대책 마련 시급

창원 대기 중에 1급 발암물질이 다수 포함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일부 발암물질은 장시간 노출되면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대기환경기준조차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영남대 산학연구단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도시 및 산단지역 유해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창원 대기 중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이 채취 시료 모두에서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환경부 유해대기오염물질(HAPs) 저감대책 목적으로 대규모 국가산단과 창원·서울·인천·대구 등 국내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창원은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공업지역 2곳(창원국가산단·마산자유무역지역)과 주거지역(의창구 명서동)으로 구분해 계절별로 대기 시료를 채취해 각종 유해대기오염물질 검출 여부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2군 발암물질인 벤젠을 비롯한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등 BTEX가 창원지역 내 상존하는 물질로 드러났다. 대기 중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유기용제로 사용하는 톨루엔이 세 번째로 짙은 농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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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하늘의 창원도심. /도민일보 DB

벤젠 평균농도는 0.36ppb로 국내 환경기준치(1.5ppb)에 비해서는 낮았다. 말초신경장애나 간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인 톨루엔 평균 농도는 1.7ppb를 나타냈다. 장시간 흡입하면 세포 조직이 손상되거나 DNA 변이 등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금속 물질인 6가 크롬(Cr6+)은 마산자유무역지역은 0.43/㎥, 창원국가산단은 0.73/㎥로 확인됐다. 명서동은 0.14/㎥로 공업지역이 주거지역보다 발암성분 대기 물질이 많았다.

1군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의 평균농도는 0.31/㎥로 유럽연합이 정한 연평균 기준치 1/㎥를 밑돌았다. 그러나 영국의 대기환경기준인 0.25/㎥보다는 높았고, 창원국가산단에서는 최대 농도가 1.13/㎥가 검출돼 평균농도보다 4배 많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발암물질이 대기에 녹아들어 있음에도 대기환경기준이 없어 위험성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영남대 산학연구단은 보고서를 통해 1급 발암물질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벤조a피렌, 6가 크롬 등 8종을 핵심관리대상물질로 지정하고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배출원 위치가 고정된 '점오염원'의 경우 대기유해물질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허용 기준을 초과한 사업장에 사용중지나 고발 등의 조치를 내리지만 자동차 매연이나 배출구가 없는 공장 등에서 대기 중으로 퍼지는 '비산오염원'은 현황 파악 정도가 전부라는 점에서 실제 유해물질 노출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남대 산학연구단 관계자는 "과거보다 대기 중 유해물질 종류가 계속 늘고 배출원도 다양해지고 있어 측정과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대기 중에 발암물질이 떠다니고 있음에도 환경기준이 없는 상황은 우려되는 현실이다. 지속적으로 대기물질을 점검해 관련 자료를 축적해 대기환경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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