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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삶] "모두 다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정해창 함안지역자활센터 센터장

입력 : 2019-01-02 13:23:39 수     노출 : 2019-01-02 13:33:00 수
손유진 기자 mundison@idomin.com

재활센터? 자활센터?

지역자활센터. '자활'보다 '재활'에 더 익숙했다. 자연스럽게 정신상담이나 신체장애를 돕는 기관을 떠올렸다. 넓게 보면 장애를 돕는 것도 지역자활센터 일이겠지만, 취약계층에 취업 또는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지역자활센터 목적은 노동을 통한 자립을 돕는 데 있다. 기초자치단체 단위마다 한 곳씩은 있는 지역자활센터, 함안지역자활센터 정해창(49) 센터장을 만났다. 정 센터장은 인터뷰 직전에도 직원과 분주하게 대화를 나눴다.

Q. 바쁘신 듯한데, 무슨 일이 생겼나요?

"관내 저소득층 노인 중 '수집광'이 꽤 많습니다.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데 하나둘 수집해 마당에 쌓아두는데 그게 제법 많이 쌓여요. 나중에는 노인들이 처치 못 할 정도로 쌓이지요. 이걸 군에서 환경개선사업으로 치워야 하는데 우리 센터로 의뢰합니다. 우리 함안지역자활센터 내에 'EM 환경사업단'이라고 맞춤형 하우스 클린 사업을 하는 자활사업단이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EM 환경사업단'에게 청소 용역을 시키죠. 방금 한 할머니 댁에 쌓아놓은 수집품에서 불이 났다고 하네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창원에 있는 딸네 집으로 잠시 거처를 옮기셨다니 댁으로 돌아오실 수 있게 얼른 가서 치워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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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창 함안지역자활센터 센터장. /박일호 기자

사회복지사가 된 공학도

Q. '자활센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조금 감이 잡힙니다. 사회복지사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저는 공학도였고 농업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평범하게 대학 나와서 평범한 직장 다녔고요. 사회복지 쪽 일은 제가 성당을 다니다 보니 봉사 활동 등으로 자연스럽게 접한 정도였습니다. IMF 사태가 터지고 나서 나름 잘나가던 회사가 휘청거리자 일 전망도 없고 회의감도 들어 덜컥 사표를 냈어요. 천주교 신자인 회장님이 한참 만류했는데 제가 신학교 가려고 한다니 겨우 사직서를 받으셨어요."

Q. 퇴사하고 바로 사회복지사 쪽으로 진로를 정했나요?

"그때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999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공근로를 9개월 동안 했어요. 그때 함안군을 돌며 일하다 보니 어려운 가구도 많고 그런 분들을 돕기에는 공무원보다 다른 일이 낫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남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게 됐습니다."

Q. 자격증을 따면서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시작했나요?

"대학원 공부를 하는 동안은 사회복지 어린이집에서 사무장으로 일했어요. 2년 6개월 정도? 그러다 자격증을 딸 때 즈음에 여기 함안지역자활센터로 오게 됐고요. 2003년부터 계속 일을 하면서 실장을 하다가 2009년 센터장이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센터장이 비상근이었는데 제가 센터장이 되면서 상근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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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꽃빵사업단. /함안지역자활센터

자활사업에 대해 묻다

Q. 지역자활센터가 어떤 곳인지 쉽게 소개 부탁합니다.

"2000년 10월 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지역자활센터들이 생겨났거든요. 그러면서 지역자활센터에서 생계비만 받던 취약계층 주민들이 일하면서 스스로 일어날 기회를 만들어 주기 시작합니다. 자활이 필요한 분들은 돈을 벌 기술도 따로 없지만, 자신감도 많이 부족합니다. 센터에서는 그분들에게 자신감을 키우고 기술도 가르치면서 취업이나 창업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Q. 함안지역자활센터는 소개도 함께 해주시지요.

"함안지역자활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복지시설이고요. 천주교마산교구유지재단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센터장인 저와 자활지원팀 5명, 돌봄지원팀 5명으로 총 11명입니다."

Q. 주요 업무는요?

"자활근로사업단을 운영하고 자활기업을 지원합니다. 자활근로 사업단은 공공근로와 비슷한데, 공공근로는 한시적이지만 자활근로사업단은 장기적인 계획하에 자활기업, 공공창업을 위한 기초능력을 배양하는 곳입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비누 제작을 비롯해 버스승강장 청소, 공공건물과 학교 청소, 식당 운영, 재활용품 수거 판매, 카페 운영, 간식제 사업 등 7개 사업단을 운영합니다. 특히 버스승강장 사업은 관내 300여 개 승강장을 개선해야 하는 함안군과 일할 곳이 필요한 자활센터 사정이 잘 맞아 괜찮은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Q. 인건비는 어떻게 지급합니까?

"지자체와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아 센터에서 지급하고, 수익은 청소 도구, 비누 재료 구입, 각종 사업 재투자에 씁니다."

Q. 자활근로와 함께 자활기업이 큰 축인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자활기업은 자활근로를 경험자 중 자신감이 생기고 경제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분들이 공동으로 출자, 소유, 분배, 경영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하는 독립된 사업체입니다. 독립된 기업체이지만 업체 간 수주, 계약, 세무, 회계업무, 법률문제 등을 센터 직원들이 지원합니다."

Q. 자활사업 외 진행하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사회 서비스 사업으로 바우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출산 가정에 방문 서비스를 지원하고, 간병 서비스도 합니다. 이밖에 함안 아라문화제에서 체험활동 부스 운영을 하고 함안 함주공원 뚝방 청소를 매달 한 번씩 합니다.

Q. 함안은 농촌이지만 다른 지역보다 공장도 많고 원예작물 재배 농가도 많습니다. 소득도 높고 안정적인 곳으로 소개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사실 자활근로를 하는 분은 기업에서 원하는 역량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이곳을 찾는 분은 공장이나 원예농가에 취업을 못 해 오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은 저희가 서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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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승강장 청소 작업. /함안지역자활센터

Q. 현재 센터가 지원하는 자활기업이 5개인데 자활기업에서 따로 독립한 업체도 있습니까?

"저희가 지금까지 만든 자활기업이 6개입니다. 이 가운데 집수리 사업 '해 뜨는 집'은 완전 독립체로 보면 될 듯합니다. 2006년 9월 사업을 설립해 현재는 경리, 회계도 따로 두고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자활근로사업 근로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가 원칙이고, 해가 빨리 지는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하루 7시간 근무를 합니다."

Q. 자활근로 사업에 참여하는 분들이 취약계층인 만큼 외부 노출을 꺼릴 수도 있을 듯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하면 오랫동안 여기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활근로 기간이 3년이었어요. 3년을 일하면 자립을 할 수 없어도 최소 1년을 쉬어야 다시 자활근로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분들도 일을 1년이나 쉬면 막막하지요. 올해부터 5년까지 연장이 되었는데요. 저도 그렇고 협회에서는 자활근로 기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Q. 5년 제한을 두는 게 여러 사람이 두루 복지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한 것 아닌가요?

"그렇게 대기자가 많지 않고 참여자도 수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니 일반 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분들은 그쪽으로 가면 좋은데 아무래도 여기 계신 분들이 일자리가 편하고 국가에서 지원해 주니 그냥 안주할까 싶어서 기간을 정해 놓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Q. 자활근로를 3~5년쯤 하면 일반 기업체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은 길러지지 않나요? 기업에서 자활센터를 통해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일반 기업에서 문의하면 저희가 알선은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고요. 아무래도 기업체에서 채용하기에는 여기서 일하셨던 분들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Q. 자활근로 사업 말고 센터에서 진행하는 사회서비스 사업은 사회봉사 사업인가요?

"자활근로사업이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이라면 사회서비스 사업은 여성 일자리 창출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분들에게 사회복지 측면에서 사업을 하고, 특별히 보건복지부에서 자활센터에 바우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권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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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집광 노인 집 마당 청소. /함안지역자활센터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Q. 정 센터장님이 생각하는 직업으로 사회복지사는 어떤 일입니까? 혹시 앞으로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전문직종이죠. 사회복지를 보고 일하는 전문직입니다. 전문직인 만큼 다양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그 일에 최선을 다하되 중요한 건 자기희생과 배려가 없으면 어려워요. 이직도 많이 일어납니다.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내 일도 하지만은 다른 부분까지 도와줄 수 있어야 해요. 아무래도 업무 범위도 넓은 데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니 다재다능해야 합니다."

Q. 다른 직업과 비교해 사회복지사 보수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금액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고 보편적으로 생각할 때 고생은 하는데 처우는 열악하다 정도? 만일 배우자를 사회복지사로 선택하신다면 좀 생각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네요. 국가에서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그런데도 처우 개선이 안 되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도 열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자활센터 일을 하면서 보람된 일과 안타까운 일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어떤 계기를 딱 꼬집기보다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내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그 일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또 그 일로 자활기업이 만들어지고 자립하시는 분들을 볼 때 제가 헛되이 일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까운 부분은 저소득층이면 누구나 다 올 수 있지만 너무 알코올 의존증이 심한 분들, 10년 이상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서 살았던 분들과 우울증이 있고 당뇨가 있어 아픈 분들도 찾아오십니다. 저희도 이분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지만 안 될 때가 있어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들을 볼 때 너무 안타깝지요."

 

한국형 사회복지를 복지 선진국으로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지역자활센터가 한국에서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아주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구형 복지, 북유럽형 복지를 무조건 배우자, 따르자고 하는데 반대로 지역자활센터가 활성화돼서 한국형 사회복지를 복지 선진국에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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