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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인생은 아름다워(1997년)

어둠 속 울려퍼진 사랑 노래 알아요 당신의 선물이란 걸
유대인 작곡가 오펜바흐곡<호프만의…>중 '뱃노래'감미로운 선율의 이중창
2차 세계대전 수용소 배경…반전 메시지·가족애 전달

2019년 01월 07일(월)
심광도 시민기자 webmaster@idomin.com

코미디 영화 탈을 쓴 가슴 저리게 하는 슬픈 영화. 코너 제목이 '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이니 소개하고픈 음악이 먼저이긴 하나, 작품 자체로서 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 더욱더 뿌듯함이 느껴지곤 한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감독이자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주연을 맡은 영화로, 1998년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다. 그리고 외국어 영화에 인색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조차도 무려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음악상, 외국어영화상, 그리고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으니 언어와 국경을 초월해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겠다. 이때 수상 발표 후 의자 위로 올라가 환하게 웃으며 감사를 표하던 로베르토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럼 이제 정말 인생이 아름다운지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때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벼랑 끝에 선 듯 위태로운 1939년, 이탈리아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골에서 갓 올라오던 주인공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도라 역시 계속되는 우연한 만남과 귀도의 해맑은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귀도는 대책이 없다 싶을 정도로 낙천적이며 이러한 그의 행동은 도라를 행복하게 하며 웃음 짓게 하는 마법을 가진다. 좌충우돌 데이트가 있고 마침내 그들은 사랑의 결실을 보아 둘 사이에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 조수아를 낳는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끝나면 좋으련만, 시대적 상황이 매섭다.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던 '나치 시대', 유대인인 귀도 역시 그 잔혹한 상황을 피해갈 수 없다.

▲ 주인공 귀도와 도라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스틸컷

하지만 '유대인과 개는 출입금지'라는 황당한 안내문 앞에서조차도 귀도는 그 특유의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으며 "왜"라고 묻는 아들에게 "그들에게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가족에게 생이별의 순간이 온다. 귀도와 조수아는 갑자기 들이닥친 독일군들에 이끌려 수용소행 열차를 타게 된 것이다. 급히 기차역으로 달려온 도라.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이 타는 열차를 멈추곤 단호히 말한다. 자신도 가겠노라고. 스스로 '가족과 함께라면 지옥이라도'를 선택한 그녀에게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고 묻는 듯 황당해하며 바라보던 독일군 장교. 하지만 어떠한 참혹한 상황도 가족과 함께하지 않는 것보다도 나으리라는 도라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그녀는 결국 열차에 오른다.

수용소에 도착한 그들 귀도와 조수아는 희망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상항에서 함께 지내게 되지만, 아버지 귀도는 아들에게 삶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온 힘을 다한다. 평소 탱크를 좋아하던 아이에게 지금 이 상황은 게임이고 1000점을 먼저 획득하면 상품으로 탱크를 받는다는 아버지의 말을 천진난만한 조수아는 그대로 믿으며 수용소에서조차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많은 이가 함께한 공간에서 생활하지만, 누구도 아이에게 절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의 희망을 지켜주려는 모두의 암묵적 연합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군 장교들의 파티에서 음식 시중을 들던 귀도의 눈에 축음기가 들어온다. 무슨 일인지 그는 창문 쪽으로 축음기를 돌리고 여기서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 어두운 수용소를 가로지른다. 이때 여자 수용소에 있던 도라는 단번에 자신을 향한 노래라는 것을 느낀다. 귀도와의 첫 데이트 때 함께 들었던 바로 그 노래이기 때문이다. 홀린 듯,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는 듯 사랑하는 이가 보내는 선물을 듣던 도라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는 이 순간에 흐르던 음악은 바로 독일 작곡가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 잔잔한 물살이 곤돌라에 와서 부딪히는 듯 너울거리는 하프 반주가 매력적인 이중창이다. 작곡가 오펜바흐는 독일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프랑스로 이주해 줄곧 그곳에서 활동했으니 프랑스 작곡가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간단히 말해 희극적인 내용을 담는 소형 오페라라 할 수 있는 오페레타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그의 작품은 풍자를 통한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한 비웃음을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다.

대표작으로는 <지옥의 오르페우스(천국과 지옥)>가 있으며 그 서곡은 연주회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유명한 선율이라 하겠다. 그러던 그가 말년에 시도한 진지한 오페라가 바로 <호프만의 이야기>인데, 5막으로 이루어진 대작의 3막에 '뱃노래'가 등장한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3가지 사랑 이야기 중 마지막 이야기인 3막의 배경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이며, 바람기 많은 줄리에타에게 배신당하는 호프만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위해 살인마저 저지른 호프만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함께 떠나버리는 줄리에타. 오페라 속 처절한 상황에서 무심한 듯 감미롭던 '뱃노래'가 그 비극성을 더해 주었다면 영화 속 장면에서의 '뱃노래'는 비극적 상황을 조롱하고 찢어 버리며 마침내 태워버리는 듯하다.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여, 우리 기쁨을 향해 미소 지어라. 밤은 낮보다 달콤한 것, 오! 사랑스러운 밤.'

▲ 참혹한 수용소 생활에도 아들에게 인생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가르치려는 귀도. /스틸컷

이제 전쟁은 끝나고 수용소는 퇴각하는 독일군들로 소란스럽다. 살아남고자 부지런히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도 아들 조수아를 숨어있게 한 후 아내 도라를 찾아 나선 귀도. 결국 찾지 못하고 아들에게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독일군에게 붙잡히고 만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귀도는 이때 아들이 숨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익살스러운 웃음과 발걸음으로 자신이 죽을 장소로 향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인생은 아름답단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그 먹먹함 때문에 '세상이 이토록 잔인하구나' 했었다. 하지만 이젠 이를 악물고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낮게 속삭여 본다. 자신을 향한 총구에도 그가 그토록 전하려 했던 메시지가 허사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이 영화는 희생에 관한 영화이며 가족이 행복하기를 원하고, 그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언가를 얘기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우리 곁에 있거나 있었었고 지금 우리가 그일 수도 있다. '아버지'. 세상과 싸우다 지쳐 돌아온 모든 아버지는 귀도와 같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힘든 줄 모르며 자식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가르치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우리들의 아버지.

영화의 마지막, 조수아의 독백이 들려온다. 아버지가 희생한 이야기, 그것은 아버지가 주신 귀한 선물이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부럽지 않다. 나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 조수아, 이제 나도 해 주고픈 이야기가 있어…. 이 얘기는 나의 아버지가 나를 위해 희생한 이야기야.' /심광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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