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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세계가 극찬한 소설이 돌아왔다

김용익 〈꽃신〉〈푸른 씨앗〉…출판사 남해의봄날 출간
한국전쟁 전후 통영 배경…현대적·몽환적 문체 특징

2019년 01월 09일(수)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우와…….'

첫 번째로 실린 단편소설을 읽고 나서 그만 책장을 덮고 말았다. 여운이 길었다. 마치 어느 먼 세월을 돌아 돌아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다시 살폈다. 소설가 김용익(1920~1995).

◇김용익을 만나다

지난달 통영에 있는 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책을 두 권 보냈다. 소설가 김용익의 소설집 두 권 <꽃신>과 <푸른 씨앗>이다. 이 출판사에서 웬일로 지역 신문사에 책을 직접 보냈나 했더니 김용익이 통영 출신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살며 영어로 소설을 썼다. 그래서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한 작가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다음 소개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미국과 유럽 청소년들은 김용익의 소설을 읽고 자랐다. 그의 소설집 는 1960년 미국도서관협회 올해의 우수 청소년도서로 선정되었고, 'Blue in the Seed'는 1967년 오스트리아 정부 문화상은 물론 덴마크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The Sea Girl'은 미국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며 깊은 인상을 주었다. 김용익의 대표작 'The Wedding Shoes'는 <하퍼스 바자>에 게재된 뒤 가장 아름다운 소설로 선정되어 <뉴요커>, 이탈리아 <마드모아젤> 등 유명 매체가 앞다퉈 소개하며 극찬했다."

▲ 1948년경 미국 켄터키대학 시절 김용익. /통영예술의향기

물론 김용익이 통영에서 지낸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대부분 통영에서 보낸 어린 시절 경험을 배경으로 한다.

나중에 기억이 났는데, 사실은 지난여름 통영시 주전3길 18번지에 있는 김용식김용익 기념관에 갔다가 그의 흔적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는 그의 형인 김용식에게 더 관심을 두었었다. 20대 초반에 형이 쓴 회고록을 읽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왜 김용익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독특한 문장은 어디서 왔을까

김용익의 소설은 하나같이 아끼면서 조금씩 읽고 싶은 마음이었다. 가장 분량이 긴 '푸른 씨앗'이란 소설은 제일 마지막에 읽었는데, 읽다가 멈추고 다시 읽다가 멈추고, 어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주인공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대로 소설이 끝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뒤엉킨 상태가 계속됐다.

그의 소설은 분명히 한국전쟁 전후 시기 통영 풍경을 담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쓴 한국 작가들과는 달리 무언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그 배는 계절과 함께 쭈그러든 것 같이, 고향으로 가지도 못할 것 같이 내가 기억했던 것보다 아주 작아 보인다." ('밤배' 중에서)

"그녀는 발이 부르틀까 봐 흰 버선을 신었는데 학교로 가는 좁은 길에서 나는 가끔 그녀보다 뒤져 가며 꽃신에 담긴 흰 버선발의 오목한 선과 배(木船) 모양으로 된 꽃신을 바라보았다. 그 선은 언제나 달콤한 낮잠을 자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꽃신' 중에서 )

또 그의 소설은 비슷한 시기에 쓰인 소설과 비교해 스타일이 훨씬 현대적이다. 요즘 젊은이들에 익숙하지 않은 토속어를 빼면 그대로 당대 소설로 봐도 괜찮겠다 싶다. 영어로 소설을 쓰던 작가라 그럴까. 김용익은 먼저 영어로 소설을 써 발표하고, 그걸 다시 직접 한국어로 옮겨 국내에 발표했다. 그 과정에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남해의 봄날이 정리해서 다시 출판한 김용익 소설집 <꽃신>·<푸른 씨앗>. /남해의 봄날

◇자신에게 엄격한 진짜 작가

김용익은 스스로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격했던 작가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을 주변 사람이 보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호하게 밀어냈다. 아마도 문학에 대한 태도로 그러하였으리라. 그의 소설 문장 하나하나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일생 별로 가진 것도 없었고 교수 월급과 출판된 책에서 나온 얼마간의 인세로 청빈하게 살았다. 작품이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 문학계에서 인정을 받아 출판되었으나 어느 것 하나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없었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품을 혐오하였고 결국 베스트셀러의 작품을 쓸 수도 없었고 또 쓸 생각도 안 했다." (나의 삼촌 김용익 중에서)

이렇게 그는 그야말로 자기만의 작품을 썼던 진짜 작가였다. 오히려 그렇기에 사람들 사이에 잊힐 뻔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문장을 다시 만나게 된 것 오롯이 출판사 남해의봄날 덕분이다.

"이번 김용익 소설가의 작품 복간은 오래전부터 남해의봄날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중략) 소설가 김용익과 그의 작품은 우리 문학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상을 지녔음에도, 현재에는 거의 잊혀지다시피 하고 책도 모두 절판되었습니다. 작품 이외에 활동에는 무심히 홀로 창작에만 전념한 작가 특유의 성정과 갑작스러운 별세 등 여러 사정으로 작품 복간의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중략) 이 작은 시도가 많은 독자들에게 기쁨을 주기를 고대하면 책 두 권을 전합니다." (출판사에서 보낸 편지 중에서)

남해의봄날, 1권 188쪽·2권 16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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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