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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모난 돌로 사는 것

충돌·갈등보다 순응과 복종 권하는 사회
건전한 조직 위해서는 모난 돌도 필요해

2019년 01월 10일(목)
김혜정 부산여성개발원 부연구위원 webmaster@idomin.com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다. '튀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는 말들이다. 사회생활에서 이것은 불문율과 다름없다.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조직이 가진 문화에 잘 스며들고 분위기 잘 맞추고 줄 잘 서고 그래서 승승장구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튀지 않는, 분위기를 잘 맞추는 조직 문화가 매우 중요시되는 곳이 군대이다.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 이유는 이 같은 군대 문화의 영향일 것이다.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관심사병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남성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모두가 YES할 때 NO하면 군대에서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관심사병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회생활을 못 하는 사람이다.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 조직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거부감이 있다. 무조건 순응하거나 복종하지도 못한다.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면 참기보다는 말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충돌이 생기고 갈등도 종종 생긴다. 그럴 때마다 개인적으로 감정 소모도 너무 크고 지치기도 한다. 그야말로 모난 돌이 정 맞는 꼴이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눈 딱 감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조용히 살아야지'라는 이상한 새해 소망도 생겨난다.

우리 사회는 충돌과 갈등을 극도로 싫어한다. 갈등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순응하고 복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이런 사회는 개인에게 부당함을 감수하게 만들고 잘못된 것을 정당화한다. 지난해 미투(METOO)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빠르게 확산했음에도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 권력 관계에서의 성폭력은 일상다반사이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이 일상이 되어 버린 것에는 이러한 우리 사회 견고한 집단문화가 한몫하고 있다.

우리는 직장 상사가 이상한 농담을 해도, 슬쩍 만져도 그냥 참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말해서 괜히 얼굴 붉히면 말한 사람만 손해라고 생각한다. 웃자고 던진 말에 죽자고 덤비는 센스없는 인간이 되고 까탈스럽고 예민한 사람으로 찍혀 버린다. 그야말로 튀는 것을 싫어하는 문화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미투를 이끌었던 서지현 검사 역시 문제제기한 그 순간부터 검찰 조직 내에서 배제되었고 현재도, 그리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배제될 것이다. 서지현 검사는 검찰 조직 내에서 그야말로 튀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갑질도 마찬가지이다. 웬만하면 참고 직장 상사 비위 맞추고 분위기 맞춰주는 것이 잘하는 직장 생활로 인식되고 그것이 강요되는 사회에 살다 보니 극단적으로 비합리적 상황, 개인의 인권이 무시되는 상황에서도 개인은 좀처럼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 역시 문제제기한 사람들을 지지하고 함께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제기한 사람을 비난하기 바쁘다. 결국, 그 사람은 집단의 안정과 이익을 해치는 사람, 튀는 사람이 됨으로써 직장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갑질은 권력 있는 사람이 으레 하는, 해도 되는 것이 되고 있다.

조직 내 건전한 문제제기가 없으면 그 조직은 변화하지 않는다. 모난 돌들이 없으면 조직은, 사회는 달라지지 않는다. 조직 내 구성원인 개인을 보지 못하고, 싸움과 갈등을 두려워하고 문제를 켜켜이 쌓아 놓는 조직은 발전하기 어렵다. 모난 돌이 다듬어지는 과정은 일방적으로 내려치는 '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돌들 사이의 충돌과 갈등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모난 돌을 비난하고 '정'을 치는 사회, 싸움과 갈등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것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나는 올해도 모난 돌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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