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에 사건의 사실관계나 법리가 아닌 어떤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다는 전제여서 매우 조심스럽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 '드루킹 1심 재판'에 최근 사법부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양극단이 있을 수 있다. 사법부를 비롯한 사회 전 영역의 적폐 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살아 있는 권력'에 납작 엎드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지사에 유죄를 선고할 엄두조차 못내거나, 아니면 사법부마저 적폐의 온상으로 몰아붙인 데 대한 반감으로 '때마침 걸려든' 현 정권 핵심이자 상징에 분노의 치명상을 입히거나.

한겨레 9일 자 '느닷없는 우병우 석방, 법원발 역습의 서막?'이란 기사는 이런 점에서 흥미로웠다. 요는 아무도 예상 못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석방에 사법농단 검찰 수사나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법관들의 불만이 깔려 있다는 것이었다. 우 전 수석 석방뿐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한 노건평 씨의 손해배상 소송 승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임원 취소 처분 집행정지 등 미심쩍은 사례는 또 많았다.

기사는 이어 오는 25일 있을 김경수 지사 1심 선고에 법조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된 사건인 만큼 그 자체로 초미 관심이지만 근래 법관 사회 기류를 가늠할 또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특히 김 지사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 성창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검찰 사법농단 수사팀의 조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법원에 제출된 검찰 수사기록 일부를 신광렬 형사수석부장 지시에 따라 복사해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와 관련해서다.

물론 성 판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적 판결'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무죄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유죄면 여당과 김 지사 지지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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