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의 하락 과정은 총 3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1월 말 가파르게 상승하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에 기인한 인플레이션 텐트럼(tantrum·발작)과 7월 초 1차 관세부과로 미친 미중 무역갈등 현실화 그리고 10월 초 중립금리까지 한참 남아있다던 파월 의장의 '롱 웨이(long way)' 발언 영향이다.

이러한 3개 요소는 실물과 금융을 공히 압박했고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저하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최근 G2의 정책기조 변화가 관찰되면서 시장 가격 또한 이를 점진적으로 반영해 가는 양상이다.

특히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행보 또한 주목할 만하다. 지난 15일 중국 정부 부처는 합동 성명서 발표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부양 정책을 예고했다. 정책효과의 유효성과 시차 문제가 아직 불확실할지라도, 그간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 축소) 일변도의 정책 기조가 변화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가능할 것이다. 국내 역시 중국 경기 사이클 연관성이 높은 만큼 이 같은 정책 변화의 영향권에 놓일 확률이 높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현 시장의 상승 경로가 펀더멘탈 개선이 아닌, 이벤트에 의존한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투자심리를 개선했다는 측면에서 정책환경 변화는 분명히 긍정 요인일 것이나, 이를 매개로 한 실물 경기의 변화가 아직 부재하다는 점이 상승의 연속성을 의심케 한다.

실제 주요 산업기지의 생산지표는 하락세가 완연한 가운데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전반의 이익 추정치 역시 조정이 지속하는 중이다. 더불어 아직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는 정책 변화임을 고려할 때 무역협상이 결렬되거나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통화정책이 확인된다면 그간의 되돌림은 다시 원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 전개의 모호함은 어느 투자환경에서나 남아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현 시점에 확인된 변화를 간과하는 것이 더욱 큰 위험을 가져올 여지가 있다. 상방에 대한 불확실성은 인정하더라도 하방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는 것은 과하지 않은 태도라고 판단한다. 글로벌 유동성 흐름도 이런 기류 변화를 완연히 반영 중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중반 이후 두드러진 신흥시장의 선전이 1월에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자금흐름 측면에서 선진시장의 주식형 펀드 유입강도는 아직 마이너스 영역이지만, 신흥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순유입이 뚜렷하다.

국내 증시 역시 1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임에도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1.5조 원에 이른다. 그들의 매수 상위 내역을 점검해보면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순매수하는 등 패시브(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 등 지수 움직임을 추종하는 투자) 성향이 뚜렷하게 관찰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수입품 관세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 역시 미국산 제품의 수입 확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간 비중 축소로 일관된 국내증시는 지난 하락 과정의 역순으로 회복이 진행될 확률이 높다. 실제 다양한 영역에서 스타일 로테이션 시도가 관찰되고 있음에 주목해 보자.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상승에 따라 방어주 대비 민감주 선전이 최근 시장의 주된 특색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패시브 형 외국인 수급이 적극적으로 유입됨에 따라 대형주의 강세 또한 당분간 두드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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