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접수 인권위 실태조사
서울 100곳 중 99곳 어른용
경남교육청도 "아동용 권고"

"학교급식 때 사용하는 숟가락·젓가락이 너무 커서 불편해요", "급식소 식판이 저학년이 들기에 무거워요."

대다수 초등학교는 급식 때 학생에게 어른 수저를 제공하고 있다. 젓가락 사용이 서툰 학생들은 젓가락으로 포크처럼 반찬을 찍어 먹는다. 이마저 불편한 학생들은 숟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떠먹는다.

이 같은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한 인천 가원초교 오문봉 교사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초등학생들에게 아동용 수저를 제공해 주세요'라는 진정을 했고, 인권위는 일선 학교를 방문해 지적 사항을 조사하고 있다.

▲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도 21일 '오 교사 진정이 인용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센터는 "실태조사가 이뤄진 서울시 100개 초교 중 99곳이 어른 수저만 제공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우려를 표한다. 센터도 지난 2년간 도내 21곳 6646명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 초등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수저 크기 때문에 어려움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아동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교는 가장 아동친화적이고, 아동의 권리가 지켜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수저 하나에서부터 옷걸이 배치, 변기 크기, 교내 놀이공간 조성, 학교공간 재구조화에 이르기까지 아동의 발달에 맞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수저 사용실태 현황 파악 협조 공문을 받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모든 초등학교에 어린이용 수저 일괄 구입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교육청은 공문에 "저학년이 성인용 수저 사용으로 음식물 섭취 시 행동이 제약되는 등 불편함이 우려된다. 학교 자체 계획을 수립해 학생의 신체 조건에 맞는 수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경남도교육청도 '2019년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초교 저학년 학생에게 제공하는 수저를 아동용으로 바꿀 것을 권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대화·시설개선사업을 하는 초교에는 반드시 아동용 수저를 제공하도록 지도하고, 나머지 학교도 상황과 예산을 고려해 수저와 식판을 점차 바꿔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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