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청와대 청원도 100여 건 봇물

지난해 9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만 6세 미만 유아를 승용차에 태울 때뿐만 아니라 택시·고속버스를 탈 때도 카시트를 꼭 착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6만 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부모들은 "카시트를 들고 다니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결정한 사람들은 애 안 키워봤습니까?"라고 반문하며 탁상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경찰청은 카시트 보급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2개월 계도기간을 뒀고, 단속을 유예하고 있다.

갓 돌 지난 아들을 둔 박모(36·김해시) 씨는 "10㎏이 넘는 아들을 안고 분유, 젖병, 기저귀, 물티슈, 보온병 등 짐까지 들면 카시트를 들 손이 없다. 단속을 시작한다면 차 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잠깐 외출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직접 이 상태를 시연이라도 해보고 법안을 만들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27개월, 5개월 남매를 둔 최모(32·창원시 의창구) 씨는 "작은 딸을 업고 가방을 멘 채 한 손은 27개월 된 아들 손을, 또 한 손은 카시트 2개를 들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안 그래도 아이 둘을 데리고 택시를 타는 게 눈치가 보이는데, 택시기사가 잘 서주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중교통 카시트 의무 착용'을 비판하는 글이 100여 건 올라 있다. 한 청원자는 "저소득층은 카시트 구매 비용도 부담스러울뿐더러 정부서 구매 비용 지원을 해주는 것도, 고속버스에 카시트가 갖춰진 것도 아닌데 법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론이 일자 경찰청은 버스나 택시 업체 측이 카시트를 갖추거나, 개인이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카시트가 장착된 '유아 콜택시' 도입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경남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택시와 버스 등 사업용 차량도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돼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매긴다. 하지만, 고지했는데도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으면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대중교통 카시트 의무 착용도 마찬가지"라며 "현재로서는 택시 등을 이용할 때 카시트를 장착해야 한다고 알리고 계도할 뿐, 강제성은 없다"고 말했다.

영유아 카시트 착용은 안전상 꼭 필요하다. 교통안전공단이 승용차 충돌시험을 한 결과, 뒷좌석 어린이(인체 모형)가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앞좌석 등받이에 머리와 가슴 등을 부딪쳐 카시트를 사용한 경우보다 머리 중상 가능성이 20배 정도 높았다. 하지만 카시트 착용률은 낮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카시트 착용률은 54.7%로, 독일(98%)·프랑스(98%)·캐나다(95%)보다 매우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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