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떠난 지 8개월 만에 지휘봉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전임
경험 토대로 팬심 회복 '숙제'

김경문(61) 전 NC다이노스 감독이 돌아왔다.

지난해 6월 NC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8개월 만. 김 감독은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사령탑이 돼 그라운드를 다시 밟는다.

KBO는 28일 야구 대표팀 감독 선임·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야구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한 김경문 전 NC 감독이 야구 대표팀을 맡는다"며 "김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건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2008년 8월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김 감독 선임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말 KBO는 기술위원회를 꾸려 선동열 초대 대표팀 전임 감독 뒤를 이을 감독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 김경문 야구 국가대표 신임 감독이 28일 서울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열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17일 첫 회의에서 사령탑 후보를 압축한 기술위는 23일 2차 회의에서 김경문 감독, 조범현 전 KT 감독 등 최종 후보 5명을 확정했다.

감독 1순위는 단연 김 감독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딴 신화와 오랜 기간 KBO리그 발전에 헌신해 온 김 감독 '경험'이 한국 야구를 일으켜 세우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지난해 중반까지 NC를 이끌어 오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면도 김 감독 장점이었다. 기술위는 결국 최우선 순위였던 김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감독을 제안했고 김 감독은 고심 끝에 수락했다.

이날 정운찬 총재는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 있던 김경문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 위기의 한국야구를 혁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용기를 냈다"며 "KBO는 김경문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구팬 곁으로 돌아온 김 감독이나 앞길이 녹록지만은 않다.

당장 야구 대표팀은 오는 11월 열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성적을 내야 한다. 특히 대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그 중요도가 더 커졌다. 한국은 이 대회에 나선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 중 최고 성적(일본 제외)을 거두면 도쿄올림픽에 직행할 수 있다. 만약 '프리미어 12'에서 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하면 한국은 내년 대만에서 열리는 세계예선전을 노려야 한다. 단 세계예선전에 나가려면 올해 10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상위 2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프리미어 12를 잘 치른다면 다음에는 도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 야구는 12년 만에 종목이 부활, 관심도가 높아졌다. 한국 대표팀에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김 감독 위치에서는 이 같은 각종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셈이다. 이 밖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나 경기력 등에 실망한 팬심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도 김 감독 앞에 놓인 숙제다.

▲ 2007년 11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과 상비군의 연습경기에서 김경문(오른쪽) 감독과 선동열 당시 수석코치. /연합뉴스

김 감독도 이를 잘 알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 감독은 "프리미어12, 도쿄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더욱더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가대표팀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얼굴이다. 11년 전 여름의 밤에 느꼈던 짜릿한 전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환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스포츠를 여태껏 해왔고 어려운 상황에서 피한다는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욕을 먹을 각오하고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우선 프리미어 12에 모든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홈에서 하는 예선인 만큼 좋은 결과로 국민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논란이었던 선수 선발과 관련해 "선발 과정에서 기술위원장, 기술위원회, 코치진 등 모든 분 이야기를 편안하게 듣고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선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2월 일본, 미국 등 KBO리그 10개 구단 전지훈련지를 방문해 선수 컨디션을 체크하고 감독과 만나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에 대한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어 3월 중으로 기술위원회와 협의해 코치진과 전력분석팀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대표팀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김 감독은 앞서 두산과 NC에서 통산 10차례(두산 6차례, NC 4차례)나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시킨 명장이다. 자연히 통산 성적도 화려하다. 김 감독은 총 1700경기에 나서 896승 774패 30무 승률 0.537을 기록했다. 역대 6번째 통산 900승에는 단 4승이 부족하다.

/이창언 기자 u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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